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UGC 게임의 플랫폼화, 창작, 과제

by 은하수 고양이 2025. 9. 23.
반응형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플랫폼화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 UGC는 선택 아닌 필수

2025년 4월, 스퀘어 에닉스의 전 사업 부장 제이콥 나보크는 SNS를 통해 AAA 게임의 가격 인상 배경과 미래 방향에 대해 언급하며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플랫폼화에 집중하고,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 툴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예측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해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가 유저 창작 기능을 도입하고, EA가 <배틀필드 6>에 본격적인 맵 제작 툴을 포함시키며 UGC에 집중하는 흐름이 현실화되고 있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그 특성상 장기 운영과 지속적인 관심 유지를 요구한다. 하지만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작하고 공급하기엔 자원과 비용이 한계에 부딪힌다. 이에 따라 유저 스스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게 만드는 구조, 즉 UGC는 게임의 수명을 연장하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 <스카이림>의 모드, <포트나이트>의 크리에이터 맵 등은 게임 내 유저 활동을 기반으로 콘텐츠의 다양성과 몰입도를 높이며 생명력을 늘려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UGC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는 창작의 원천

UGC는 단순히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에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기존 게임의 틀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 <도타 올스타즈>다. 이 맵은 MOBA 장르의 기틀을 세웠고, <도타 2>와 <리그 오브 레전드>로 진화하며 전 세계 수억 명의 유저를 확보하는 대형 산업으로 성장했다. 또한 <도타 2>의 커스텀 맵 <도타 오토 체스>는 자동 전투 방식의 ‘오토배틀러’ 장르를 개척했고, 이후 <오토 체스>, <도타 언더로드>, <팀파이트 택틱스> 등으로 이어지며 또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 이처럼 유저의 창작욕이 단순한 콘텐츠 제공을 넘어 산업 트렌드를 이끄는 원천이 되고 있다. 심지어 <배틀그라운드>도 UGC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본래 모드로 출발한 ‘배틀로얄’ 장르는 이후 독립적인 게임 형태로 발전했고, 현재는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거대한 장르가 되었다. 이러한 창작은 기본적으로 게임사가 제공한 툴과 환경에서 비롯되며, 유저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기술력이 더해져 혁신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창작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남은 과제들

UGC가 가진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무조건적인 긍정만을 말할 수는 없다. UGC 환경에서는 저작권 침해, 유해 콘텐츠, 수익 배분, 창작물의 법적 귀속 문제 등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예를 들어, <로블록스>에서는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맵이 인기를 끌었지만, 저작권 문제나 상업적 이용의 경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논란이 됐다. 실제로 <로블록스> 내에서는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무단 활용한 콘텐츠로 인해 삭제 요청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 일부 인기 모더는 후원 사이트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도 저작권과 관련한 분쟁의 소지가 크다. 이에 따라 일부 플랫폼은 IP 라이선스를 공식적으로 제공하거나, 수익 배분 체계를 마련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콘텐츠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는 유저 참여에 따라 수익을 분배하는 ‘참여 기반 수익금 정책’을 시행 중이고, <로블록스>는 창작자들이 IP를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라이선스 도구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UGC 콘텐츠의 유해성 관리 문제도 중요한 이슈다. 실제 <로블록스>에서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폄훼한 맵이 등장해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졌고, 아동 노동 착취, 혐오 표현, 범죄 유도 등 심각한 문제로까지 번진 바 있다. 이에 따라 AI 기반의 자동 검수 시스템, 연령 인증, 법 집행 기관과의 협력 등 보다 적극적인 관리 체계가 요구된다. UGC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게임 산업의 흐름을 바꾸는 핵심 동력이다. 플레이어가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창작자가 되는 시대, 게임은 단순한 상품이 아닌 플랫폼이 되고 있다. 유저의 상상력이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이는 게임사가 모두 감당할 수 없는 콘텐츠 생산 부담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유저와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드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든 게임이 UGC 중심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게임 장르, 유저층, 기술력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어야 하며, 창작의 자유와 권리 보호 사이의 균형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앞으로의 게임 산업은 ‘제작자’ 중심에서 ‘참여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으며, 이 변화의 중심에 UGC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