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zM의 자아 발견
MazM은 자라나는씨앗이 만든 고전문학 기반 스토리게임 브랜드로, 최근 신작 <카프카의 변신>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작품은 기존 스토리게임의 ‘게임적 요소’를 과감히 덜어내고, 오직 스토리와 캐릭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제작됐다. 자라나는씨앗은 문학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전달하겠다는 철학을 게임 콘텐츠에 담고 있으며, 이번 실험은 그 철학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사례다. 그 결과, MazM은 단지 문학을 소개하는 수단을 넘어, 문학의 본질적 메시지를 체험할 수 있는 게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카프카의 변신>
MazM의 최신작 <카프카의 변신>은 2024년 프란츠 카프카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스토리게임이다. 기존의 MazM 작품들이 스토리와 함께 퍼즐, 미니게임 등 다양한 인터랙션을 포함했던 반면, 이번 작품은 거의 순수한 비주얼 노벨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게임은 세로형 인터페이스를 채택하고, 플레이어는 단순한 터치만으로 93개의 짧은 에피소드를 순차적으로 감상하며 이야기를 따라간다. 핵심은 ‘플레이’보다 ‘경험’에 있다. 특히, 주인공이 ‘그레고르 잠자’가 아닌 ‘작가 프란츠 카프카’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단순한 작품 해석을 넘어, 작가의 삶과 문학을 함께 풀어내는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고전문학의 전달자로서의 자각
MazM은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즉, 자신들이 게임 개발사이자 동시에 고전문학의 전달자라는 자각이다. 이 철학은 유저 설문을 통해 선호도 높은 문학 작품들을 분석하고, 이를 빠르게 라인업으로 구축하는 전략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카프카의 변신> 이후 곧바로 <검은 고양이>의 개발을 발표하며, 유저 기대에 부응하는 빠른 개발 주기를 선보이고 있다. ‘NMX(New MazM siX)’라는 이름으로 기획된 6편의 작품군은 글로벌 팬덤의 의견을 반영해 구성된 것으로,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고려한 결과다. MazM은 더 이상 ‘게임’만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이들은 문학과 게임을 융합하여, 독서의 대체재가 아닌 촉진제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문학의 감동을 게임으로 체험하게 하다
<카프카의 변신>은 게임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본질적으로는 문학적 체험 콘텐츠다. 프란츠 카프카가 느꼈던 가족 내 소외, 존재 가치에 대한 의심, 실존적 불안을 직접 플레이어가 느끼게 한다. 더 나아가, 작품은 ‘쓸모 없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어떻게 존엄을 되찾을 수 있는지를 문학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풀어낸다. 게임은 문학작품 그 자체를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작가의 삶과 문학이 교차하는 서사를 함께 느끼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이로써 MazM은 게임이 단순히 재미를 위한 도구가 아닌, 사유와 감동을 이끌어내는 도구로서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자라나는씨앗은 이번 실험을 통해 ‘텍스트 힙’이라는 문화 트렌드에 발맞추어, 청소년에게 문학을 소개하고 사유의 장을 여는 새로운 콘텐츠 전략을 보여주었다. MazM은 단지 고전을 각색하는 게임 브랜드가 아니다. 이들은 고전문학이 품은 시대의 고민과 인간의 본질을, 게임이라는 감각적 미디어를 통해 재해석하고 있다. <카프카의 변신>은 그 첫 단추였고, 이후 출시될 <검은 고양이>, <햄릿> 등은 그 흐름을 확장해갈 것이다. 문학을 향한 진심이 담긴 이 시도는, 청소년에게도 게임을 통해 인문학적 감수성과 사유의 힘을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MazM의 자아발견은, 결국 다시 문학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