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zM 고전문학 기반 스토리게임
2024년 10월, <카프카의 변신>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는 개발사 자라나는씨앗은 ‘MazM’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고전문학 기반 스토리게임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다. 단순히 고전을 각색하는 수준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문학의 주제와 감정을 플레이어가 ‘직접 체험’하도록 설계한 이들의 시도는 단순한 상업성 이상을 지향한다. 교육과 게임의 경계에서 시작된 이들은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했고, 현재까지도 그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고전문학을 게임으로: MazM의 철학
MazM의 출발은 어린이를 위한 교육용 수학 게임이었다. 하지만 곧 정규 교육 콘텐츠를 게임으로 녹이는 것이 본질적인 재미를 담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방향을 선회했다. 그리고 찾아낸 새로운 길이 바로 고전문학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게임이다. 종이책 대신 스크린 위에서 고전을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은 단순한 읽기를 넘어,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시대를 느끼고, 서사를 따라 움직이며 생각하게 만드는 게임적 서사 구조를 만든다. 첫 시도는 동화를 기반으로 한 <옐로 브릭스>였고, 이어 <지킬 앤 하이드>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이 게임은 수능이 연기된 2017년 11월에 출시되어, 몇 달 만에 5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책을 싫어하던 아이가 이 게임을 통해 고전을 읽기 시작했다”는 평은, MazM이 걸어가고자 했던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실패와 실험: 교육과 상업성의 경계에서
자라나는씨앗은 초기부터 ‘교육이냐 게임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이들이 선택한 방식은 ‘학습을 위한 게임’이 아닌, ‘자발적 몰입을 통한 학습’이었다. 단순한 퀴즈나 퍼즐이 아니라, 감정과 사유를 요구하는 내러티브 기반의 게임은 상업성과 교육 효과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지킬 앤 하이드>의 성공은 팀의 역량뿐 아니라, 아트와 연출의 몰입도를 강화한 인재 영입의 결과이기도 했다. 이후 MazM은 <오페라의 유령>, <페치카> 등 다양한 역사·문학 기반 스토리게임을 선보이며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특히 <페치카>는 연해주 독립운동사를 다룬 기능성 게임으로, 2020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굿게임상’을 수상하며 ‘의미 있는 게임’의 가능성을 넓혔다. 비록 자본력이나 마케팅에서 대형 게임사에 비해 부족하지만, 이들은 콘텐츠의 깊이와 방향성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MazM의 탄생과 지속 가능한 개발 철학
MazM이라는 브랜드명은 “맺음(Mazim)”이라는 단어에서 착안해 지어졌으며, ‘하나의 서사를 끝맺고 또 다른 이야기를 이어나간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이 브랜드는 단순한 상호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개발 방식과 콘텐츠 세계관의 연결 고리다. <카프카의 변신>은 그 철학의 연장선이다. 자라나는씨앗은 확률형 콘텐츠나 자극적인 요소 대신, 문학의 깊이를 담은 게임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최근의 게임 산업이 빠른 소비와 반복 콘텐츠에 치중하는 가운데, MazM은 ‘한 번 플레이로도 오래 남는 인상’을 추구한다. 이는 단지 스토리의 힘뿐 아니라, 개발자들이 그 이야기에 얼마나 진심을 담았는지를 반영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들은 확률이 아닌 확신을 따르고 있으며, 그 선택이 쌓여 브랜드의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 MazM의 여정은 문학과 게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이들이 고전문학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게임은, 단지 과거의 유산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언어로 새롭게 해석하고 연결하는 과정이다. 교육과 재미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라나는씨앗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재미는 강요할 수 없지만, 감동은 설계할 수 있다. 이 조용한 실험은 이제 막 새로운 장을 시작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