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대 2로 밀린 팀이 3연승으로 역전하는 순간, 씨맥 김대호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요? DK의 씨맥 감독은 "1세트는 우리가 이겼다"고 말했습니다. 전혀 위로처럼 들리지 않는 이 한 마디가, 실은 DK 역전승의 핵심이었습니다.
0대 2 상황에서 "1세트는 우리가 이겼다"는 말의 의미
경기 내용을 보면 1세트는 외적 요인으로, 2세트는 밴픽 실수로 졌다는 게 씨맥 감독의 분석이었습니다. 선수들의 실제 경합과 판단력은 두 세트 모두 T1을 앞섰다는 겁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씨맥 감독의 독특한 매력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감정을 건드리는 위로는 서툴지만, 명확한 기준으로 선수들의 '평균값'을 신뢰한다는 점이요. 2세트 밴픽에 대해서도 "이길 수 없는 밴픽이었다"고 스스로 책임을 끌어안으면서, 동시에 선수들에게는 "그 상황에서도 리딩을 잃지 않았다"고 짚어줬습니다. 3세트를 '첫 번째 판'이라고 재정의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점수는 0대 2지만, 내용상으로는 리셋이 가능하다는 메시지였죠. 실제로 DK는 3세트부터 완전히 다른 팀처럼 움직였습니다.
DN수퍼스전 새벽 복기가 만든 마인드 전환
씨맥 감독은 전날 DN수퍼스전 3, 4세트에서 자신의 모습이 좋지 못했다고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새벽까지 그 경기를 복기하며 마인드를 고쳤다고 하더군요. 샤워하면서까지 마인드를 다잡았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중요한 일 앞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이 됐는데요, 결국 감독의 마인드가 흔들리면 선수들도 느낍니다. 0대 2 상황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씨맥 감독의 머릿속을 지배했고, 그게 선수들에게도 전달됐던 것 같습니다. 밴픽 실수를 인정하는 것도 일종의 마인드 관리였을 겁니다. 선수들이 '우리가 못해서 진 게 아니다'라고 느끼게 하는 거죠. 실제로 2세트는 거의 이길 수 없는 조합이었다고 하니, 선수들 입장에서는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겁니다.
쇼메이커가 힘들었는데도 이긴 첫 경기
쇼메이커는 DK에서 '상수'라는 표현이 딱 맞는 선수입니다. 씨맥 감독도 "그냥 두면 알아서 잘한다"고 했을 정도로요. 그런데 3세트부터 5세트까지 DK가 이긴 모든 세트에서 쇼메이커는 초반 플레이 미스로 힘들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쇼메이커가 힘든 상황에서도 DK가 이긴 게 씨맥 감독 기억상 거의 처음이라는 점입니다. 보통은 쇼메이커가 무너지면 팀 전체가 무너졌는데, 이번에는 나머지 네 명이 함께 버텨냈다는 거죠. 저는 이 부분이 단순한 역전승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팀의 신뢰 구조가 한 단계 올라갔다는 증거니까요. 팀이 더 이상 쇼메이커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다섯 명이 진짜 하나의 팀으로 움직였다는 걸 증명한 경기였습니다. 물론 정도 이상으로 흔들리지 않고 망한 와중에도 최선을 다한 플레이의 쇼메이커의 역할도 매우 컸을 것입니다. 씨맥 김대호 감독도 "무의식 중에 유대와 신뢰가 더 깊어져서 스프링 때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울고 있는 커리어에게 "휴지 주고 들으라고"
커리어 선수가 경기 중 복합적인 감정이 훅 받쳐 올라왔던 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씨맥 감독은 뻔한 위로 대신 "휴지 주고 계속 울면서 들으라"며 담담하게 할 말만 했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이 장면을 상상하니까 웃음이 나왔습니다. 전형적인 씨맥 감독답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감정을 직접 건드리는 위로는 못 하지만, 상대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그 상황에서 필요한 게 뭔지는 아는 사람입니다. 커리어 선수 입장에서도 "괜찮아, 할 수 있어" 같은 말보다 "네가 잘한 것들"과 "이기는 방법"을 듣는 게 더 도움이 됐을 겁니다. 감정은 이미 터진 상태니까, 차라리 이성적인 정보를 주는 게 나았던 거죠. 제가 경험상 느낀 건데요, 이런 스타일의 리더는 처음엔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쌓입니다. 필요한 순간에 정확한 판단을 내려주니까요. 이번 역전승은 DK의 전력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증거입니다. 쇼메이커가 힘든 상황에서도 팀이 버틸 수 있다는 걸 확인했고, 씨맥 감독의 마인드 관리와 선수 신뢰가 실제 결과로 이어졌으니까요. 2대 3년 중 가장 기쁜 날이라던 씨맥 감독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홍콩 무대에서 이 팀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이제 기대가 됩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고 싶습니다. 이번 승리는 단순히 전술 수정이나 순간 집중력의 문제가 아니라, ‘패배를 해석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신호처럼 보입니다. 보통 0대2 상황에서는 조급함이 전략을 흔들기 마련인데, DK는 오히려 패배를 구조적으로 분해해 감정과 분리했습니다. 무엇이 실수였고, 무엇이 유지해야 할 가치인지 구분했기에 리셋이 가능했던 겁니다. 이는 단기적인 기세 이상으로 장기 레이스에서 더 중요한 자산입니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혹은 팀이 큰 위기를 맞았을 때 흔들리는 감정이 아니라 냉철한 기준으로 움직이는 팀, 그것이 이번 역전승이 남긴 가장 큰 의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