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1일, 종각 롤파크에서 열린 LCK 플레이오프 패자조 3라운드에서 젠지 e스포츠가 T1을 3:2로 꺾으며 결승진출전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 승리로 젠지는 롤드컵 스위스 스테이지 직행은 물론, 2라운드에서 패배를 안긴 KT 롤스터와의 리매치를 성사시키게 되었다. 이날 경기 직후 진행된 김정수 감독과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의 인터뷰에서는 T1전 준비 과정, 5세트의 깜짝 픽 전략, 그리고 KT전에 임하는 각오가 진솔하게 담겨 있었다. 본 글에서는 해당 인터뷰의 핵심 내용을 기반으로, 젠지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결승에 도전하게 되었는지를 정리한다.
룰러 - 냉정한 경기 분석, "라인전부터 흔들리면 끝난다"
‘룰러’ 박재혁은 이날 경기를 "재미는 있었지만 정말 피곤한 경기였다"고 표현했다. 그는 특히 T1을 상대로 "조금이라도 어그러지면 위험하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라인전에서 최소한 반반 이상을 만들기 위해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판단은 실제 경기에서도 정확하게 드러났다. 젠지는 라인전 단계에서 큰 실수 없이 안정적인 출발을 했고, 이후 한타에서의 응집력으로 경기를 가져왔다. 룰러는 “이번 T1전은 이전보다 훨씬 더 준비가 필요했다”고 말하며, 실수를 줄이는 것을 1순위로 두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은 경기가 길어질수록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특히 T1의 바텀라인과 서포터 ‘케리아’를 가장 경계했으며, 밴픽 단계부터 무리하지 않고 안정적인 조합을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또한, 5세트에서 원딜 픽을 후순위로 내려놓은 이유에 대해서는 “선택 가능한 챔피언 풀이 너무 좁았고, 상대 조합의 유연함 때문에 정답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마오카이의 포지션이 애매했던 점, 여러 조합을 두고 고민했던 상황 속에서도 "내려서라도 맞는 픽을 찾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적중했고, 젠지는 5세트에서 완벽한 팀플레이를 통해 승리를 거뒀다.
벡스 카드 - 김정수 감독 "조합 콘셉트와의 완벽한 시너지"
이번 시리즈의 최대 화제 중 하나는 5세트에서 등장한 ‘벡스’였다. 미드라이너 ‘쵸비’가 기용한 이 픽은 기존 LCK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챔피언으로, 그야말로 깜짝 카드였다. 김정수 감독은 "벡스를 많이 연습하지는 않았지만, 조합 콘셉트에 가장 잘 맞는 챔피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5세트에서는 어떤 픽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쵸비 선수가 벡스를 하겠다고 했을 때 바로 수긍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합은 다이브와 이니시에이팅이 핵심이었다. 녹턴, 라칸과 함께 진입각을 만들 수 있는 챔피언으로 벡스는 적절한 선택이었고, 쵸비는 벡스로 5세트 내내 안정적인 포지셔닝과 스킬 적중률을 자랑했다. 이로 인해 젠지는 한타 주도권을 내내 잡고 T1을 흔들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조합 완성도 측면에서 벡스가 너무 잘 맞았다. 고민한 보람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김정수 감독은 4세트에서 레드 진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블루에서 1픽으로 가져올만한 확정픽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아지르를 밴 당할 것을 예상하고 유리한 후픽 구조를 짜기 위해 전략적으로 레드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그 판단은 적중했고, 젠지는 4세트에서 완승을 거두며 2:2 동점을 만들어냈다.
KT전 각오, "패배를 인정하고 더 강해지겠다"
이번 승리로 젠지는 결승진출전에서 KT 롤스터와 다시 맞붙게 된다. 김정수 감독과 룰러 모두 “KT전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감독은 “KT에게 패한 경기는 밴픽에서 오류가 있었고, 오브젝트 운영에서도 실수가 많았다. 그런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에는 전략적으로 예측한 것과 실제 대응이 맞지 않았고, 그로 인해 경기가 꼬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룰러 역시 “그 경기에서는 우리가 집중을 하지 못한 채 밴픽과 운영 모두 흔들렸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패배 이후 선수들 간의 피드백이 매우 활발히 이루어졌고, 오히려 "지금은 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팀이 점점 단단해졌고, 이번 KT전은 “그 변화된 팀워크를 증명할 무대”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팬들에게 “긴 시간 동안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 1주일 동안 선수들과 집중해서 반드시 우승컵을 들겠다”고 다짐했고, 룰러 역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더 멋진 경기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젠지의 다음 상대는 쉽지 않지만, 이날 보여준 집중력과 전략적 완성도는 그들이 다시 한번 결승 무대에 설 자격이 충분함을 입증하고 있다. 젠지 e스포츠는 T1과의 치열한 5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롤드컵 스위스 스테이지 직행과 함께, KT와의 리벤지 매치를 앞두고 있다. 룰러의 냉철한 판단과 김정수 감독의 과감한 전략, 그리고 쵸비의 벡스 픽이라는 신선한 변수는 젠지가 지금 얼마나 유연하고도 강한 팀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결승 진출과 우승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