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CK컵 T1과 BNK의 경기는 2대1로 T1이 승리를 거뒀지만 BNK의 고무적인 경기력은 패배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특히 1,2세트에서 드러난 양 팀의 밴픽 철학과 페이즈의 슈퍼플레이, 원딜 메타에 대한 논의까지, 이번 경기는 다양한 분석 포인트가 있었다. 오늘은 이 경기를 통해 현재의 LCK의 전술적 흐름과 메타 방향성에 대해 살펴본다.
밴픽 전략: 서로 열어두고 나눠먹는 새로운 접근
1세트 밴픽부터 양 팀은 흥미로운 선택을 내렸다. 1세트는 대개 제이스, 말파이트 같은 강한 픽들을 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양 팀은 제이스를 열고 각각 바드와 아칼리를 밴했다. 이로써 럼블과 제이스를 모두 열고 서로 나눠 가지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런 밴픽적 접근은 계산된 것이었는데, 정글 제이스는 라인 제이스와 달리 성장을 저지하기 어려워 강력한 포킹 압박을 갖출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는 제이스가 탑으로 가고 녹턴을 정글로 기용했다. 녹턴은 대회에서 항상 고평가를 받는 챔피언인데 타겟 지정 궁극기가 직관적이며 시야를 차단하며 확정 이니시에이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이와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교전에서의 전략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프로 경기에서 자주 쓰이는 것이다. 양팀은 서로 바이와 녹턴을 나눠가졌으나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탑에서 제이스와 럼블은 서로 역할은 다르나 물리면 죽는다는 공통적인 취약점이 있다. 미드에서 쓰인 탈리야와 라이즈 역시 궁극기를 활용한 기동력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런 비슷한 조합에서 T1의 조합은 좀 더 취약한 면이 있었다. 상대적인 전력이 밀리는 팀입장에서는 모든 밴 카드를 닫을 수는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BNK는 케리아의 바드를 풀어주는 선택을 해야 햿지만 이는 바드에 밴카드를 투자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페이즈 플레이: 상황 유도의 예술
1세트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T1의 원거리 딜러 페이즈의 슈퍼플레이였다. 코르키를 선택한 페이즈는 라인전에서도 좋은 면모를 보였으나 한타 페이즈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양 팀 모두 확정 이니시에이팅이 가능해 누가 먼저 이니시를 여느냐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갈릴 수도 있어 서로 예민한 구도였다. 만약 먼저 선공을 갖했는데 그걸 흘려낼 수 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중요한 한타에서 페이즈는 상대의 이니시를 효과적으로 흘려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BNK의 이니시가 페이즈를 향할 때 페이즈는 나미의 이동속도 버프를 받으며 측면으로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가는 상황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상대의 궁극기를 여럿 빼냈고 한타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이는 상대의 스킬을 피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 상대가 자신에게 스킬을 집중시킬 것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런 플레이는 성공한다면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으나 실패한다면 한타를 대패하게 될 수도 있는 위험한 플레이다. 그러나 좋은 딜러는 이런 상황 유도의 타율이 높다. 2세트에서는 디아블의 결정적인 슈퍼플레이가 돋보였다. 랩터는 자르반으로 상대 미드와 정글 모두를 압박했다. 오너의 신짜오와 랩터의 자르반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개입 능력인데 랩터가 이를 극대화한 것이다. 바텀 교전에서 쓰레쉬와 아펠리오스가 윗쪽 시야를 걷으러 갔다가 이를 노리고 잠복해있던 디아블이 완벽한 공격을 성공시켰다. 이후 자르반의 개입이 바텀과의 시너지를 폭발시키며 게임을 BNK쪽으로 끄고 왔다. 또한 마지막 한타에서도 디아블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BNK 조합에서 루시안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는데 오브젝트 싸움에서 루시안이 빛의 심판으로 상대 챔피언들의 체력을 효과적으로 깎아내 교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원딜 메타 논쟁: 현물과 전략적 가치의 균형
현재 메타가 원딜 메타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침착함 룬이나 인게임 아이템 변화 등 때문에 현재 메타가 원딜 메타가 맞느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패치의 맥락을 봐야 한다. 시즌 전에 탑과 원딜이 함께 퀘스트를 받았고 미드는 경험치나 골드가 아닌 다른 방향의 버프를 받았다. 이에 대해 미드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험치나 골드는 현물이라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지폐 등의 현물이 눈에 확 들어오듯이 탑과 원딜이 받는 직접적인 수치 상승은 미드 플레이어와 선수들에게 당연히 눈에 먼저 띈다.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에서 가지는 미드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3티어 신발이 가지는 기동력, 민병대 버프와의 연계, 귀환 강화가 제공하는 인원배치의 자유로움 등은 미드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것이다. 원딜이 강한 패치를 받은 것도 아니고 탑 미드가 약해진 것도 아니다. 단지 원딜은 돈을 더 받았기 때문에 원거리 딜러의 역할인 스트라이커, 메인 딜러의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을 먼저 끊을 수 있는 챔피언들이 자주 기용되며 그 챔피언들 때문에 원거리 딜러들이 제압당한다. 암베사나 그웬 같은 챔피언들의 가치가 현재 큰 것도 그 때문이다. 미드에서도 메이지들 중 로밍이 강하며 원딜과 맞댈 수 있는 픽들이 대세인 이유도 그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원딜이 좋은 메타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원딜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는 챔피언들이 자주 기용되는 메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5전제 경기가 열린다면 원거리 딜러들의 가치는 더 강해질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페이즈가 보여준 것 처럼. 결국 현재는 원거리 딜러가 좋은 메타는 맞으며 현재 메타를 파악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