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LCK 컵에서 한화생명 E스포츠는 충격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LCK컵의 초대 우승자이자 퍼스트스탠드 초대 우승자였던 한화생명이 바로 다음 해의 LCK 컵 대회에서 10개 팀 중 10등. 꼴찌로 탈락한 것이다. 시즌 시작 전 한화생명은 원거리 딜러 바이퍼와 정글러 피넛을 떠나보냈으나 구마유시와 카나비를 영입하며 빈자리를 메웠다. 또한 LPL에서 명장으로 널리 알려진 감독 옴므 윤성영을 영입하며 두뇌까지 장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토록 강력한 로스터를 구성하여 또 하나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 받았던 한화생명이 이토록 부진한 결과를 보인 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었을까? LCK 컵 마지막 경기였던 한화 대 젠지를 복기하며 한화생명의 문제에 대해 분석해보겠다.
젠지의 밴픽 전략과 하나생명의 대응 분석
젠지는 한화와의 경기에서 일관적인 밴픽 철학을 보여주었다. 높은 티어 픽 - 바루스, 럼블, 제이스 등을 고정 밴하는 대신 상대에게 미드 1티어 픽인 아지르와 오리아나를 내준다. 그리고 쵸비의 힘으로 1티어 픽인 아지르와 오리아나를 충분히 상대 할 수 있다. 이것이 젠지의 밴픽 기조였다. 1세트에서 젠지는 한화에게 아지르를 주었으나 대신 정글로 바이와 서포터로 니코를 바로 픽하면서 맞대응했다. 바이의 정글 장악 능력과 타겟 일점사, 그리고 니코의 군중제어 시너지를 통해 바텀의 주도권에 힘을 주는 것이었다. 한화가 코르키를 뽑으며 바텀 라인에 힘을 더했지만 젠지는 바드, 니코, 유미를 연달아 밴하며 한화의 바텀 주도권과 돌진 카운터 요소를 없앴다. 젠지의 4픽이었던 오로라는 미트 탑을 모두 갈 수 있는 챔피언으로 심리전과 돌진 위주의 조합에 힘을 더하는 선택지였고 마지막으로 요네를 픽하며 오로라를 탑으로 돌려 탑 라인 주도권과 돌진 조합의 방점을 모두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AD-AP의 밸런스까지 얻을 수 있었다. 2세트에도 젠지는 제이스, 바루스, 럼블을 밴하는 대신 오리아나를 한화에게 줬다. 다만 아트록스를 먼저 픽해 탑 정글 스왑의 심리전과 한화의 정글 카나비의 캐리력을 억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쵸비에게 시그니처 픽은 갈리오를 주고 탑에서 나르를 픽해 레넥톤 상대로 사이드 주도권을 챙겼다. 또한 상대의 미스포춘에 진과 바드를 픽하며 맞대 미스포춘의 궁극기 쌍권총 난사를 카운터치며 동시에 라인 주도권까지 신경썼다. 3세트에는 한화생명이 후픽을 선택했는데, 젠지는 암베사와 말파이트를 밴해 한화에게 탱커를 픽할 것을 유도했고 또 뽀삐를 밴해 돌진 조합 카운터를 차단했다. 젠지는 상대 럼블을 카운터 칠 목적으로 오른을, 미드 라이즈를 카운터 칠 목적으로 카시오페아를 선택했으며 정글러 판테온에게 힘을 더해주며 공격적인 플레이를 도모했고, 봇에서는 아펠리오스 쓰레쉬 조합을 완성시키며 미리 자리를 잡았을 때 한화가 뚫어내기 어려운 조합을 완성시켰다. 류 감독이 승리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류는 아지르와 오리아나는 1티어 픽임이 확실하지만 오늘 만큼은 아니었다며 오늘 경기에서 1티어 픽인 아지르와 오리아나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인터뷰에 담았다. 젠지는 쵸비의 무력을 믿고 상대에게 미드 1티어 픽을 주는 대신에 상대 정글을 억제했고 탑과 바텀의 주도권을 반드시 확보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에 한화생명 또한 좋은 티어 픽을 선점하는 것으로 맞댔으나 좋은 티어 픽에서 얻는 이점이 크게 없었다고 볼 수 있었다.
쇼트트랙 계주처럼 어긋나는 팀 소통의 문제
이번 경기에서 한화의 플레이는 마치 쇼트트랙 계주 경기를 떠오르게 한다. 팀원들이 모두 열심히 달리더라도 바톤 터치 과정이 어긋나면 계주 경기는 결국 망한다. 이번 경기 또한 그랬다. 팀원 다섯 명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듯 삐걱거리는 과정이 연달아 드러났다. 개개인의 기량은 모두 뛰어나나 팀적으로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이 게임에서 내비쳐졌다. 1세트 전령 교전으로 한화는 골드와 용 스택을 얻고 미드 정글의 성장이 탄력을 받는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를 활용해 레드 버프를 카운터 정글하고 젠지의 빈공간을 효과적으로 따낼 수 있었는데 젠지의 합류 속도가 한화보다 빨라 기껏 얻은 시야가 허무하게 지워졌고 결국 중요한 강가 시야를 뺏겨 젠지가 전령을 먼저 사냥할 수 있었다. 크산테의 귀환이 방해당하고 아지르가 탑에 들어오는 라인을 먹는 과정에서 젠지가 아지르의 부재를 틈타 빠르게 전령을 노렸다. 니코와 요네가 크산테를 압박하고 아지르는 허겁지겁 합류했으나 젠지가 전령을 사냥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고, 결국 한화는 아지르의 늦은 합류와 불리한 교전 구도 속에서 전령을 내주고 교전까지 대패할 수 밖에 없 었다. 시야를 뚫은 후 그 점을 이용해 지역을 더 빠르게 점령하고 합류를 기다리는 플레이가 부족헀다.
100억 로스터의 재기 가능성과 향후 전망
한화의 로스터는 코칭스태프 포함 어림 잡아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팀이 LCK컵에서 10위에 처박혔다는 것은 팀 입장에서는 일종의 재앙일 것이다. 하지만 벌써 팀이 망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너무 이른 전망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화의 선수진 다섯명은 모두가 각각 우수한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포지션에서도 정상급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이다. 성향이 모두 다른 선수들이 한 데 모여 아직 팀합을 끌어올리지 못했을 뿐이다. 앞서 분석한 경기들에서도 한화는 훌륭한 개개인의 판단과 플레이들을 보였으나 팀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한 부분에서 손실이 많았다. 경기가 없는 2-3월 동안 한화생명은 팀합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다. 프로스포츠에서 시즌 초반의 부진은 어느 종목이든 흔히 있는 일이며 특히 새로운 멤버들의 합을 끌어올리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화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드러난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밴픽 측면에서는 류의 판단처럼 티어픽을 먹는다고 해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젠지가 보여준 것 처럼 상대의 강점을 인정하고 그 것은 방지하며 우리에게 좋은 부분들을 가져오는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쇼트트랙 계주처럼 각각이 열심히 뛰면서도 바톤은 정확히 주고 받는 것이 필요하다. 한화는 반복되는 팀합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밴픽이 잘 되더라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