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스위스 스테이지가 3라운드까지 진행되며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이변 속에 KT Rolster와 Anyone’s Legend(AL)가 가장 먼저 8강 티켓을 확정지으며 각 리그의 자존심을 세웠다. 반면, 일부 강호들은 부진한 경기력과 밴픽 난조로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본문에서는 스위스 3라운드 이후의 팀별 흐름과 주요 포인트를 정리한다.
KT Rolster – 3승 0패, 완벽한 스위스 스테이지의 주인공
KT는 2025 월즈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3승 0패를 기록하며 가장 먼저 녹아웃 스테이지 진출을 확정했다. 대회 시작 전까지만 해도 최약체 LCK 시드로 평가받았지만, 이런 저평가를 뒤집고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로 등극했다. 특히 TES를 상대로 무실세트 완승을 거두며 세계 강팀과의 격차를 완전히 좁혔음을 증명했다. KT의 강점은 단판전 집중력과 한타 수행 능력이다. 시즌 중 탑과 바텀의 폼 편차가 심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두 라인 모두 상위권 수준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밸런스를 완성했다. 특히 비디디는 꾸준한 폼 유지와 캐리력을 보여주며 ‘월즈형 미드’의 진가를 입증했다. 초반 라인전이 약하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오브젝트 타이밍에 맞춘 완벽한 교전 설계로 흐름을 뒤집는 능력이 돋보였다. KT의 또 다른 강점은 ‘고동빈 사단’의 밴픽 운영이다. 다른 LCK 팀들이 여전히 “1티어 챔피언을 넘겨주고 카운터를 노리는” 접근을 고수하는 반면, KT는 철저히 상위 티어 픽을 선점하는 전략을 유지했다. 특히 자르반 4세, 카이사 등 현 메타에서 가치가 떨어진 챔피언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브젝트 중심 전투에 강한 조합을 구성하며 효율적인 밴픽을 완성했다. 이러한 세밀한 전략이 무실세트 8강행의 밑거름이 되었다. 다만, KT의 초반 라인전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평균 15분 골드 차이가 -756으로 전체 팀 중 하위권이다. 한타에서 역전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녹아웃 스테이지의 Bo5에서는 초반 주도권이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스위스 스테이지의 징크스를 깨고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초반 운영 개선이 필수적이다.
Anyone’s Legend – 타잔과 카엘의 부활, LPL의 새 희망
AL은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젠지, CFO 등을 상대로 연달아 승리를 거두며 3승 0패로 8강에 진출했다. LPL 4시드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밴픽과 전투 집중력으로 우승 후보 반열에 올랐다. 핵심은 타잔의 압도적인 폼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정글러 중 최고 수준의 영향력을 보여주며 ‘육각형 정글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드 라이너 샹크스는 경기마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유지하며 모든 상위권 미드 라이너들과의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했다. 플랑드레는 클레드와 렉사이 같은 독특한 픽으로 경기의 판도를 바꾸며 노련함을 과시했다. 여기에 카엘의 신들린 이니시와 호프의 안정적인 생존력은 AL의 교전을 완성시켰다. 감독 타베의 밴픽 센스도 돋보였다. 상대가 예상치 못한 픽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한타 주도권을 끌어오는 장면이 반복됐다. 다만 AL의 원딜 호프는 아직 완전한 폼을 찾지 못했다.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성장 격차를 내주는 경우가 많아 상위 라운드에서는 약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과거 4강에서 구마유시에게 완패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향후 강팀들과의 대결에서는 라인전 보완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2승 1패 그룹 – 안정권 진입을 눈앞에 둔 강팀들
3라운드 승리 팀들은 대부분 8강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었다. 젠지는 T1의 ‘발밴픽’을 틈타 손쉽게 승리하며 LCK의 체면을 세웠다. 듀로의 뽀삐는 돌진 조합의 완벽한 카운터로 작용했고, AL전 패배 이후 빠르게 피드백을 반영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FlyQuest는 안정적인 밴픽과 TSW의 부진을 틈타 무난히 승리하며 LTA 리그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G2 Esports는 BLG를 상대로 이변을 일으키며 LEC의 희망을 이어갔다. 특유의 변칙 밴픽과 전투 중심 운영이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Hanwha Life Esports 역시 초반 불안한 라인전에도 불구하고, 후반 한타에서 압도적인 체급을 보여주며 승리를 거두었다. 제카는 AL전에서의 부진을 완벽히 만회하며 다시 중심으로 돌아왔다.
1승 2패 그룹 – 탈락 위기 속 반전이 필요한 팀들
반면 1승 2패 조는 말 그대로 ‘단두대 매치’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T1은 젠지전에서 완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밴픽 단계에서 카이사를 활용한 돌진 조합을 시도했지만, 뽀삐 카운터를 전혀 견제하지 못하며 조합 자체가 무너졌다. 선수들의 컨디션도 최악으로 떨어졌고, 감코진의 티어 정리 부재가 뼈아프게 드러났다. 이제 1패만 더하면 조기 탈락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 BLG 역시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LPL 1시드로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G2에게 패배하며 1승 2패로 몰렸다. 대진운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자멸에 가까운 경기 운영을 반복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지난해 결승전 상대였던 T1과 스위스 4라운드 탈락전을 치를 수도 있다. 100 Thieves 역시 탈락 위기에 처했다. BLG, TES, 한화생명에 이어 T1과의 대진이 확정되어, 사실상 ‘죽음의 루트’를 걷고 있다. 팀의 운영력과 밴픽 완성도가 LCK 팀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반면 1승을 따낸 Movistar KOI와 Vivo Keyd Stars는 각각 프나틱과의 내전, 지역 자존심 싸움에서 생존에 성공했다. 그러나 강팀 상대론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다.
결론 – KT·AL의 돌풍, 그리고 강호들의 불안한 진로
2025 월즈 스위스 스테이지 3라운드는 전통 강호의 몰락과 새로운 강팀의 부상을 동시에 보여줬다. KT Rolster는 철저한 밴픽 운영과 팀워크로, Anyone’s Legend는 타잔을 중심으로 한 한타 집중력으로 완벽한 3승 0패를 달성했다. 반면 T1과 BLG는 무너진 밴픽 체계와 경기력 불안으로 탈락 위기에 놓였다. 각 팀의 운명은 이제 남은 스위스 4~5라운드에서 결정된다. KT가 Bo5 징크스를 깨고 새로운 역사를 쓸지, AL이 타잔의 리더십 아래 LPL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그리고 강호 T1과 BLG가 다시 기적의 부활을 이룰 수 있을지. 월즈의 중심은 이제부터 진정으로 달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