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악마의 게임’ 풋볼매니저(Football Manager, 이하 FM). 개발 30년을 넘긴 이 시뮬레이션 시리즈의 차기작, FM2026이 드디어 베일을 벗습니다. 전설적인 개발자 마일스 제이콥슨(Miles Jacobson)의 인터뷰를 통해 FM 시리즈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봅니다.
FM2026, 개발 취소를 딛고 돌아오다
1993년 ‘챔피언십 매니저’로 시작해, 2005년부터는 ‘풋볼매니저’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게이머의 시간을 삼켜온 이 시리즈는 2025년 작품이 개발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마일스 제이콥슨 디렉터는 이를 “너무 똑똑해 보이려 했던 실수”라 인정하며, FM2026은 FM25의 반성 위에 세워진 ‘정비된’ 신작임을 밝혔습니다. FM2026은 시리즈 최초로 유니티(Unity) 엔진으로 개발되며, UI/UX 전면 개편, 타일과 카드 방식의 인터페이스 도입, 애니메이션 개선 등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합니다. 기존 팬들에게는 익숙함 속 새로움을, 신규 유저에게는 접근성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으며,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닌 “새로운 챕터의 시작”으로 FM 역사에 남을 작품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측면에서는 볼류메트릭 기술과 모션 캡처를 활용해, 이전보다 훨씬 생동감 있는 경기 장면을 구현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09년 3D 매치엔진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중심 개발, 그리고 데이터의 힘
FM 시리즈의 개발 철학은 ‘팬과 함께 만든다’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마일스 제이콥슨 자신도 초기 커뮤니티 유저 출신이며, 현재도 많은 개발진이 팬 커뮤니티에서 출발했습니다. FM은 매년 팬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렴해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한국은 최초로 전담 커뮤니티 매니저를 채용한 국가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FM2026에는 오랜 팬들의 숙원이었던 '트랜스퍼룸(Transfer Room)' 기능이 정식 도입됩니다. 이 기능은 실제 축구 구단의 이적 회의 프로세스를 게임에 반영한 시스템으로, 더욱 현실적인 이적 협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FM은 단순 게임을 넘어 세계 최고의 축구 데이터베이스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현재 40개 이상의 실제 축구 구단이 FM 데이터를 스카우팅에 활용 중이며, 52개국에 1,600명 이상의 데이터 리서처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개인 정보 측면에서도 철저한 법률 검토 아래 민감 정보(예: 체중)는 제외되며, 개발팀은 “변호사와 함께 일하는 시간이 개발보다 많을 때도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윤리적인 접근을 중시합니다.
유니티 도입과 플랫폼 확장, 그리고 FM의 미래
FM2026에서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유니티 엔진으로의 전환입니다. 기존 자체 엔진을 30년 만에 바꾼 것으로, 개발자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는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선택은 UI 개선, 멀티 플랫폼 대응, 애니메이션 품질 향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큰 이득을 안겨줄 것으로 평가됩니다.
플랫폼 전략도 다양화되었습니다.
- PC 버전: 가장 하드코어한 시뮬레이션 경험 제공
- 콘솔 버전: 기능은 일부 축소됐지만 컨트롤러에 최적화
- 모바일 버전(FM Netflix): 10년 전 느낌의 레트로 스타일 경량화 게임
제이콥슨은 이를 두고 “PC 버전은 풀팻 콜라, 모바일은 다이어트 콜라”라고 비유하며, 모든 유저가 자기 취향대로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밝혔습니다. AI 활용에 대해서는 “아직 게임 기능에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여성 리그 추가 과정에서 600만 단어를 성별 맞춤 번역하는 데 OpenAI 및 Microsoft와 협력했다고 밝혔습니다. 단, FM은 AI를 윤리적으로 제한적으로 사용하며 기존 번역팀의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30년 넘게 이어진 축구 게임의 전설, 풋볼매니저(FM)는 FM2026을 통해 다시 한번 진화의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기술적 도약, 팬 중심 개발, 데이터 윤리까지 모든 측면에서 철저한 준비와 철학을 담은 이 시리즈는 앞으로도 축구 팬들의 ‘인생 게임’으로 남을 것입니다.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하고 가까운 FM, 새로운 시즌에서 나만의 구단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