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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NPC와 게이머, 누구와 놀까

by 은하수 고양이 2025.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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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릿 픽션

 

AI NPC와 게이머

게이머에게 중요한 질문은 늘 같았습니다. ‘누구와 놀 것인가?’ 혼자서는 즐길 수 없는 게임 경험 속에서, NPC와 AI는 필수적인 동반자가 되어왔습니다. AGI와 생성형 AI 시대가 도래하며 이 질문은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스플릿 픽션과 복수형 게임

헤이즐라이트의 최신작 <스플릿 픽션>은 협동이 반드시 필요한 코옵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빈자리를 NPC가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개발사가 고집하는 ‘2P 필수’ 철학은 게임을 단순한 개인 경험이 아니라 관계와 상호작용의 무대, 즉 ‘복수형 명사’로 정의합니다. 전작 <잇 테익스 투>가 사랑과 화해를 주제로 삼았다면, <스플릿 픽션>은 창작자의 이야기를 데이터화해 소비하려는 빅테크에 저항하는 알레고리를 담았습니다. 두 작가는 서로 다른 장르를 이해하고, 트라우마를 치유하며 성장합니다. 이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험’을 강조하는 선택입니다.

모노폴리 은행원과 인간의 역할

최근 해즈브로는 은행원이 없는 <모노폴리 앱 뱅킹>을 발표했습니다. 계산과 결제는 앱이 모두 처리해 속도는 빨라졌지만, 은행원 플레이어가 만들어내던 즉흥 규칙과 속임수의 재미는 사라졌습니다. <부루마불>을 즐기던 기억을 떠올리면, 은행원의 부재는 학습적 경험마저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보드게임에서조차 중요한 역할이 사라진다면, TRPG의 마스터도 AI로 대체될까요? 이미 LLM 기반 페르소나 챗봇은 개인화된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숙련된 마스터가 보여주는 몰입과 즉흥성, 인간적인 변칙은 아직 대체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AI가 만든 효율적 플레이와 인간이 만드는 변칙적 즐거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과제로 남습니다.

나 혼자만 MMO와 AI NPC

일부 웹 RPG는 실제 유저가 거의 없음에도 NPC와 인터페이스로 MMO처럼 보이도록 설계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는 주식 리딩방 사기의 ‘가짜 다수’와도 유사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게임에도 이용자가 존재합니다. 저사양 PC 환경이나 한적한 지역에서 ‘혼자 하는 온라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외 개발사들도 자율형 NPC를 실험 중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생성형 AI 기반 NPC가 탑재된 MMORPG를 예고했으며, 이는 유저 ID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NPC를 가능케 할 수도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완성된다면 ‘나 혼자만 MMO’는 더 이상 농담이 아니라 현실이 될지 모릅니다. 다만, 플레이어가 진짜 원하는 것이 ‘사람 같은 NPC’인지, 아니면 ‘사람과 함께하는 경험’인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게임은 늘 ‘누구와 놀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AI NPC는 그 답을 확장할 수 있는 도구이지만, 인간이 만들어내는 불완전하고도 예측 불가능한 즐거움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게이머가 원하는 ‘함께 놀기’의 본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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