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나틱·PSG 탈락, 젠티전 완승… 월즈 2025 중반 판도 총정리
202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LoL Worlds 2025)이 중반부에 돌입하며 각 지역 간 전력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유럽의 명가 프나틱(Fnatic)과 태평양 리그의 PSG 탈론(PSG Talon)이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0승 3패로 조기 탈락한 반면, 한국 대표 젠지 e스포츠는 숙명의 라이벌전 ‘젠티전’에서 T1을 완파하며 8강 진출에 한 걸음 다가섰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T1은 탈락 위기에 몰리며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 판도가 다시금 요동치고 있다.
프나틱과 PSG 탈론, 나란히 0승 3패 조기 탈락
베이징 스마트 e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스위스 스테이지 3라운드에서 프나틱은 스페인 대표 MKOI에게 1대 2로 패배하며 3연패를 기록했다. 이번 경기에서 프나틱은 초반부터 교전 집중력이 떨어지며 라인전 주도권을 잃었다. MKOI의 원딜 ‘Supa’는 베인으로 8킬 1데스 11어시스트를 기록, 단 한 세트도 위태롭지 않게 리드했다. 베인은 2019년 이후 월즈에서 첫 승리를 거둔 상징적 챔피언이 되었으며, 유럽 팬들은 “LEC의 자존심이 무너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글러 Razork가 자르반 IV로 오랜 부진을 끊는 활약을 보였지만, 3세트 후반 집중력 부재로 오브젝트 싸움에서 밀리며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프나틱은 3년 연속 조기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고, LEC는 사실상 G2 e스포츠만이 유일한 희망으로 남게 되었다. 한편, 태평양 대표 PSG 탈론도 브라질의 Vivo Keyd Stars(VKS)에게 1대 2로 패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VKS는 1세트에서 단 한 번의 데스 없이 ‘퍼펙트 게임’에 가까운 완승을 거두며 세계 무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PSG 탈론은 Maple이 복귀 이후 마지막 월즈 무대를 밟았지만, 승리를 장식하지 못했다. 이 경기로 VKS는 1승 2패로 생존, 브라질 리그(CBLOL)의 저력을 입증했다.
젠티전, 다시 젠지의 완승… T1은 벼랑 끝
같은 라운드에서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빅매치가 열렸다. 바로 젠지 e스포츠와 T1의 ‘젠티전’. 영혼의 라이벌로 불리는 두 팀은 스위스 스테이지 1승 1패 그룹에서 만났으며, 결과는 또 한 번 젠지의 완승이었다. 경기 전 밴픽 단계부터 젠지는 T1의 전략을 정밀하게 파악했다. T1은 오리아나를 밴하지 않고 돌진 조합을 구성했으나, 젠지는 기다렸다는 듯 오리아나를 선픽으로 가져가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초반에는 양 팀이 팽팽하게 맞섰으나, 경기 17분경 드래곤 앞 한타에서 젠지의 뽀삐(듀로)가 오공을 정확히 밀어내며 T1의 진입 동선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 한 번의 플레이로 젠지는 전투 주도권을 확보했고, 룰러의 코르키가 폭발적인 화력을 선보이며 에이스를 만들어냈다. 이후 젠지는 바론과 장로 드래곤을 연달아 챙기며 30분 만에 넥서스를 파괴했다. T1의 정글러 오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밴픽적으로 카운터를 제대로 맞았다. 상대의 설계가 완벽했다”고 인정했다. 젠지는 이번 승리로 2승 1패 그룹에 안착, LCK의 8강 진출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반면 T1은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놓였고,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해야만 8강 무대를 밟을 수 있는 벼랑 끝 상황이다.
유럽·태평양의 몰락, LCK의 독주 체제
프나틱과 PSG 탈론의 탈락은 단순한 경기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유럽과 태평양 리그의 전력 약화가 다시 한번 드러난 반면, LCK와 LPL 팀들은 여전히 월즈의 중심을 장악하고 있다. KT 롤스터는 LPL 강호 Top Esports를 2대0으로 꺾으며 가장 먼저 8강에 진출했고, 젠지와 한화생명e스포츠도 2승 1패로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G2와 FlyQuest는 각각 유럽과 북미의 마지막 희망으로 남았다. 이번 월즈에서는 특히 ‘사이온–오리아나’ 조합이 메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한화생명의 제우스와 젠지의 Kiin, 그리고 LPL의 369가 모두 사이온을 중심으로 라인전 주도권을 확보하는 메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LCK는 밴픽 완성도와 중후반 운영의 정교함을 무기로, 각 리그와의 전력 격차를 점점 벌리고 있다.
팬 참여와 e스포츠 산업의 변화
이번 월즈 2025는 단순히 경기 관전의 차원을 넘어, 팬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두드러지는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실시간 e스포츠 배팅 플랫폼과 데이터 기반 경기 예측 콘텐츠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며, 팬들은 경기 내 주요 변수(첫 킬, 드래곤 획득, 에이스 등)에 따라 결과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청 경험을 즐기고 있다. 이는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이 ‘관람형’에서 ‘참여형’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앞으로의 일정과 관전 포인트
월즈 2025는 이제 스위스 스테이지 4라운드로 진입한다. 2승 1패 그룹에서는 G2 대 FlyQuest, 젠지 대 Top Esports, 한화생명 대 CTBC Flying Oyster가 8강 직행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1승 2패 그룹에서는 BLG 대 VKS, MKOI 대 Team Secret Whales, 100 Thieves 대 T1의 생존전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T1이 100T를 상대로 어떤 반등을 보여줄지, Faker와 오너의 재기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202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구도 속에서 중반전을 지나고 있다. 유럽과 태평양의 몰락, LCK의 강세, 북미의 도전이라는 삼파전 구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가운데, 남은 라운드의 결과가 월즈의 최종 판도를 결정지을 것이다. 월즈 2025는 단순한 e스포츠 대회를 넘어 글로벌 문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으며, 팬들은 이제 그 역사적 순간을 실시간으로 함께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