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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코프, 익스트랙션, 부상, 그림자, 변화

by 은하수 고양이 2025.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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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코프 유튜버

 

타르코프의 발매

2025년, 게임 업계는 다시 한 번 장르의 대전환을 마주하고 있다. FPS, 배틀로얄을 지나 지금은 '익스트랙션' 장르가 주류 흐름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러시아 개발사 배틀스테이트 게임즈가 만든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이하 타르코프)가 있다.

최근 인디 퍼블리셔 뉴 블러드 인터랙티브의 대표 데이브 오쉬리는 팟캐스트 ‘쿼드 대미지’에서 “타르코프가 업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는 발언을 남기며, 업계 전반이 ‘익스트랙션’ 장르로 몰리고 있다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는 비단 그의 개인적 불만만은 아니다. 지금, 수많은 게임사가 이 장르에 매달리고 있다.

익스트랙션 장르란 무엇인가?

익스트랙션 장르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자원을 파밍하고, 이를 무사히 탈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PvPvE 기반의 게임 구조를 뜻한다. 플레이어는 적과의 전투를 벌이며 루팅을 하되, 언제든 게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다. 여기서 핵심은 살아서 나가는 것이다. 대표작인 타르코프는 현실적인 총기 시스템, 철저한 아이템 손실 구조, 높은 긴장감으로 '하드코어 FPS'의 대명사가 되었다. 유사한 게임으로 헌트: 쇼다운이 있다. 독특한 오컬트 배경과 단발식 무기를 통한 전략적 교전으로 유일하게 장르 내에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프롬소프트웨어의 신작 더스크블러드, 번지의 마라톤 등도 이 장르를 차용했으며, 넥슨, 크래프톤, 반다이남코, 텐센트 등 대형 게임사도 관련 프로젝트를 다수 공개 중이다. 이쯤 되면 ‘익스트랙션’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산업 전반의 전략이 되었다.

그림자 : 불쾌감과 진입 장벽의 양날

익스트랙션 장르가 가진 구조적 문제점도 분명하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불쾌감'이다. 해당 장르의 특성상, 한 번의 사망은 수십 분 간의 플레이 결과물을 몽땅 잃는 일을 의미한다. 그 손실은 플레이어에게 좌절감을 준다. 특히, 부당한 죽음(예: 핵, 버그, 캠핑 등)은 분노를 유발한다. 타르코프는 이 불쾌감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게임이다. 초심자에게는 미니맵도, HUD도, 현재 위치 표기조차 없다. 사망 시 장비를 100% 상실하며, 회복조차 부위별 출혈, 골절, 쇼크 상태를 따로 관리해야 한다. 밀리터리 마니아에게는 황홀한 시스템이지만, 일반 유저에게는 지옥이 된다. 이러한 ‘고증’과 ‘하드코어’를 무비판적으로 따라한 아류작들은 대중성 확보에 실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팀에서 흥행을 보였던 다크 앤 다커의 열풍을 타고 등장한 던전본은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밸런스와 장르 해석의 부족으로 서비스 종료를 맞이했다. 다수의 플레이어는 단순히 아이템을 모으기 위해 접속한 것이 아니다. 게임 플레이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 그러나 익스트랙션 장르가 잘못 구현될 경우, 플레이어는 아이템 손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게임 내내 위축되며, 탈출만을 목적으로 하게 된다. 이는 게임 본연의 재미를 해친다.

장르의 부상 : 창의성에 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스트랙션 장르의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본질은 '탈출'이지만, 그 안에서 자기만의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구조는 유저의 창의적 플레이를 유도한다. 미야자키 히데타카가 더스크블러드를 통해 "PvP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인터뷰는 이 장르의 미래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PvE 요소 강화, 스토리 기반 임무 시스템, 비전투 기반 성장 루트 등 다양한 확장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타르코프 역시 AI가 플레이를 대신하는 PvE 모드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유저들은 스토리 중심 콘텐츠와 솔로 플레이 지원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새로운 장르가 정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진통이다. 배틀로얄 장르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게임이 등장했고, 그중 90%는 실패했지만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워존, 에이펙스는 살아남아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이 되었다. 익스트랙션 장르도 결국 그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한 모방이 아닌 ‘이 장르를 왜 선택했는가’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다. 누군가는 더 깊은 몰입감을 원하고, 누군가는 완전히 새로운 전투 시스템을 실험하고자 한다. 그 속에서 진짜 재미를 발굴해 낸 게임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타르코프는 익스트랙션 장르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지금 이 장르에 진입하는 수많은 게임들은 단지 ‘타르코프처럼 만들기’에 몰두해 있다. 그러면서 본질을 잃는다. 이 장르는 결코 대중적이지 않다. 높은 진입 장벽, 불쾌한 손실 구조, PvP 강제성은 모두 유저 기반을 좁히는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창적인 콘텐츠와 방향성을 가진다면 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그 해답은 단순한 총싸움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무엇을 위해 플레이하는가’를 설계하는 데 있다. 익스트랙션 장르는 지금이 기로다. 유행으로 사그라질지, 진짜 새로운 장르로 거듭날지는 이제 개발자의 상상력과 철학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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