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인터랙티브는 도쿄게임쇼 2025에서 <크루세이더 킹즈 3(이하 크킹3)> 신규 DLC ‘All Under Heaven’을 공개하며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확장팩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주요 무대로 삼아 세계를 30% 이상 확장한다. 천하와 천자 개념, 유교 사상, 그리고 한국 <삼국사기>를 비롯한 문헌 고증까지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본문에서는 DLC의 주요 특징과 개발 과정, 그리고 한국 팬들의 의미를 정리한다.
동아시아 확장과 천하 개념
이번 DLC는 <크킹3> 시리즈에서 최초로 동아시아를 정식 무대에 포함한다. 미얀마, 몽골, 동남아시아는 물론 중국과 한국까지 세계가 대폭 확장되며, 게임 속 역사가 30% 이상 넓어진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만다라 제도를 중심으로 여러 국가가 통합해 제국을 이루고, 중국에서는 하늘의 명을 받드는 ‘천자’ 개념이 구현된다. 제목 ‘All Under Heaven’은 한자 ‘天下’의 번역으로, 하늘 아래 모든 세계를 포괄하는 의미다. 이는 동아시아의 정치·문화적 개념을 반영하는 동시에, 플레이어가 세계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한다. 단순히 영토 확장이 아닌 ‘천하’의 사상을 메커니즘으로 녹여낸 점이 기존 DLC와 차별화되는 핵심이다.
삼국사기 참고와 한국 역사 고증
패러독스는 역사적 고증을 중시하는 개발사답게, 이번 DLC를 위해 한국과 동아시아의 문헌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고려와 삼국의 역사를 다루기 위해 <고려사>, <삼국사기>, <동국통감> 등 다양한 문헌을 참고했으며, 스톡홀름 한국문화원과 한국 기관의 도움을 받아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특히 한국 커뮤니티의 피드백이 큰 역할을 했다. 캐릭터 복식, 헤어스타일, 지역 구분 등 세부적인 표현에 대해 유저들이 의견을 제시하면 이를 적극 반영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는 서양 중심적 해석에서 벗어나 현지 자료와 목소리를 통해 더욱 사실적인 동양사를 구현하는 데 기여했다. 개발 과정은 최소 1년 이상 문헌 조사와 검증을 거쳤으며, 부서마다 의복, 영토, 문화 요소를 나누어 조사했다고 한다. 이처럼 치밀한 접근은 단순한 확장팩을 넘어 동양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유교 사상과 게임 메커니즘
동아시아의 대표적 사상인 유교는 정치·도덕·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친 철학으로, 이를 게임 속에 반영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패러독스는 유교적 가치관을 단순한 설정이 아닌 실제 게임 시스템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도덕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한 군주는 성군으로 평가받으며, 이에 따라 학자들의 충성도가 높아지는 방식이 적용됐다. 반대로 도덕을 저버리는 행동은 신하들의 충성을 약화시키며, 유교적 규범을 기반으로 한 정치적 긴장감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 크킹3> 특유의 ‘막장 드라마 전개’는 여전히 존재한다. 가문의 번영을 위해 근친혼, 권력 투쟁, 암살 같은 극단적 선택이 가능하다. 이는 유교적 가치와 충돌하지만,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선택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구조가 유지된다. 결과적으로 유교와 현실 정치, 그리고 인간 욕망이 복잡하게 얽힌 동아시아의 특수성을 게임 속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된다.
한국 팬 피드백과 DLC 의의
패러독스는 TGS 현장에서 한국 팬들로부터 캐릭터 복식과 스타일을 한국식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를 조사해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발진은 한국 유저들의 참여와 피드백이 DLC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또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은 실제 발생 시기를 반영해, 역사를 잘 아는 유저라면 이를 활용해 위기를 대비하거나 역사를 바꾸는 선택이 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게임 플레이를 넘어, 역사적 지식이 전략으로 연결되는 재미를 선사한다. 개발진은 한국 팬들에게 “여러분의 성원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 DLC에서도 많은 피드백을 기대한다”고 전하며, 한국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게임에 등장하는 순간을 함께 즐기자고 전했다.
천하를 품은 확장, 역사와 게임의 만남
<크킹3> 신규 DLC ‘All Under Heaven’은 단순한 영토 확장이 아닌, 동아시아의 정치사상과 역사적 맥락을 게임 속에 녹여낸 야심작이다. 천하와 천자, 유교 사상, 그리고 한국 문헌을 기반으로 한 고증은 동양사를 존중하는 개발사의 노력을 보여준다.
한국 팬들과 커뮤니티의 피드백이 반영된 이번 DLC는, 단순히 서양 중심의 시뮬레이션을 넘어 전 세계 유저가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제 플레이어는 서양의 기사와 왕국을 넘어, 동양의 군주와 사상을 품은 새로운 천하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