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요버스의 액션 RPG <젠레스 존 제로>는 절망적인 세계관 속에서도 '노래'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신규 캐릭터 '아스트라'는 단순한 지원형 힐러가 아니라, 노래로 싸우며 평화를 노래하는 독특한 콘셉트를 지니고 있다. 이는 과거 <라제폰>, <마크로스>,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가 보여준 '노래와 평화의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절망 속에서도 울려 퍼지는 희망의 노래
<젠레스 존 제로>의 세계는 '공동(Hollows)'이라는 재해로 가득하다. 검은 구체 모양의 공동 내부는 미로처럼 끊임없이 변형되며, 오랫동안 머물면 '에테르'에 의해 침식돼 '에테리얼'이라는 괴물로 변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를 잃거나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이런 배경 속에서 '뉴에리두'는 인류 최후의 도시로 등장하며, 캐릭터들은 절망을 안고 살아간다. 이때 '아스트라'라는 캐릭터는 단순히 전투의 도구가 아니다. 그녀는 노래로 동료를 치유하고, 전투 중에도 희망을 전하는 존재다. 이는 2002년 방영된 <라제폰>의 '음공(音攻)' 전투를 떠올리게 한다. 거대한 메카가 성악 발성을 통해 싸우는 모습처럼, 아스트라는 절망적인 공간에서조차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게임 속 뉴에리두 시민들은 아스트라의 노래에 희망을 느끼며, 플레이어 역시 그녀를 통해 단순한 승부 이상의 감정을 경험한다. 결국 아스트라는 '절망을 뚫고 나오는 노래의 힘'을 체현하는 캐릭터다.
마크로스와 아스트라, 노래가 전하는 보편적 메시지
<젠레스 존 제로>의 아스트라는 <마크로스>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로도 읽힌다. 그녀의 일본 성우는 <마크로스 프론티어>에서 '셰릴 놈'을 연기한 엔도 아야로, 이는 단순한 캐스팅을 넘어 서브컬처 팬들에게 강렬한 신호를 보낸다. 또한 인게임 연출에서 아스트라는 공연장을 공중에 띄워 하늘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이는 전투기를 타고 노래하던 <마크로스> 시리즈의 명장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장면이다. 흥미로운 점은 아스트라의 노래가 '광둥어'로만 제공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언어를 통일하지 않고, 특정 언어를 그대로 유지한 것은 '노래는 언어를 넘어선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플레이어는 가사를 전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음악적 울림만으로 분위기에 몰입하게 된다. 이는 카와모리 쇼지 감독이 말했던 "언어는 국경을 넘기 힘들지만, 노래는 세계를 잇는다"라는 메시지와도 완벽히 맞닿아 있다. 아스트라는 그렇게 단순한 게임 캐릭터를 넘어, 음악의 힘을 전하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건담 더블오와 이어지는 평화·포용의 메시지
<기동전사 건담 더블오>의 주인공 세츠나는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건담에 탑승한다. 하지만 진정한 평화는 적을 무찌르는 힘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히로인 '마리나'의 노래는 결정적인 매개체 역할을 한다. 노래는 아이들의 입을 통해 퍼져나가며, 적대하던 존재들과도 교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아스트라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전투에서 회복과 버프 능력을 발휘하는 최초의 힐러 캐릭터로, 게임 내에서 단순히 '강한 캐릭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인게임 서사 속에서 아스트라는 재해에서 홀로 살아남은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끝내 노래를 통해 동료와 시민들에게 희망을 나눈다. 심지어 그녀는 질투와 시기를 받으면서도,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이라는 믿음을 굳건히 지켜낸다. 이는 <더블오>가 말했던 '전쟁보다 대화와 포용이 중요하다'는 주제와 정확히 겹친다. 결국 아스트라는 게임 속에서 '치유와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다. <젠레스 존 제로>의 아스트라는 단순히 성능 좋은 지원 캐릭터가 아니다. 그녀는 '절망적인 세계에서도 희망을 노래한다'는 상징이며, <라제폰>, <마크로스>, <더블오>가 계승해온 '노래와 평화'의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킨 존재다. 호요버스는 단순한 팬서비스를 넘어, 노래라는 보편적 언어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했다. 결국 이 메시지는 단순한 게임의 테마를 넘어, 현실 세계에도 적용된다. 전쟁, 갈등, 절망의 상황에서도 인간은 언제나 노래를 통해 위로와 희망을 얻어왔다. <젠레스 존 제로> 속 아스트라는 그러한 인간 본연의 힘을 대변하며, 게이머들에게 "희망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