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 스위스 스테이지 1라운드 후반부, FLY vs T1을 시작으로 HLE vs AL, G2 vs TES, GEN vs PSG까지 굵직한 경기들이 이어졌다. T1은 국제전 300번째 경기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며 FLY를 격파했고, AL은 치열한 접전 끝에 한화생명을 꺾으며 무서운 저력을 입증했다. TES는 G2를 압살했고, 젠지는 PSG를 상대로 무결점 운영으로 완승을 거뒀다. 경기별 핵심 흐름과 주요 포인트를 요약해본다.
1. FLY vs T1 – 케리아의 바드가 맵을 지배하다
디펜딩 챔피언 T1과 북미 1시드 FLY의 맞대결은 경기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T1은 IG를 꺾고 온 기세를 이어갔고, FLY는 올해 서양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는 강팀이었다. 그러나 밴픽에서부터 결과는 어느 정도 예고되었다. FLY는 케리아의 바드를 풀어주었고, 이는 큰 실수였다. 케리아는 바드로 맵 전역을 장악했고, FLY는 바드를 의식해 제대로 된 설계도, 한타도 하지 못했다. 반면 T1은 크산테-오공-탈리야로 이어지는 탄탄한 전면 조합을 구성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보여줬다. 페이커는 라이즈를 상대로 탈리야로 좋은 스킬 연계를 선보였고, 구마유시는 드래곤 스틸까지 기록하며 '인간 강타'라는 별명을 또 한 번 증명했다. FLY는 모데카이저라는 조커 카드를 활용했으나, 결과적으로 AP 비중이 너무 높아져 탱커인 크산테를 뚫지 못했다. T1은 바론 전투에서 완승을 거두며 34분 만에 넥서스를 파괴했다. 이 경기로 페이커는 국제전 3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2. HLE vs AL – 치열했던 접전, 한타 한 방이 갈랐다
한화생명과 AL의 맞대결은 1라운드 최대의 빅매치였다. EWC 8강 리매치로 관심을 모은 경기에서 두 팀은 치열한 초반 교전을 주고받았다. 변칙적인 스왑 전략과 이니시 시도 등 다양한 전술이 나왔고, 중반까지는 팽팽한 양상이었다. 카이사가 킬을 몰아먹으며 캐리하는 듯했지만, 알리스타와 크산테의 팀합이 엇갈리며 결정적인 한타에서 패배했다. 샹크스의 카시오페아는 적재적소에 궁극기를 적중시키며 한화생명의 진형을 붕괴시켰고, 카이사를 완벽히 마크하며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카엘의 드래곤 스틸과 플랑드레의 3인 에어본도 승부를 결정짓는 포인트였다. 한화생명은 몇 차례 기회를 만들었지만, 팀합 실수와 아이템 타이밍의 문제로 인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고, 결국 AL이 경기 후반 바론과 장로를 모두 가져가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 경기는 현재까지 이번 롤드컵 최장 경기 시간(41분)을 기록했다.
3. G2 vs TES – 무기력한 LEC, 강력한 TES
G2와 TES의 경기는 한때 유럽의 자존심이었던 G2가 완전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 경기였다. G2는 사이온-자야-라칸 조합으로 초반부터 안정적으로 가겠다는 전략이었으나, 인게임에서는 전혀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TES는 369의 아트록스, 카나비의 트런들, 크렘의 오리아나까지 전 라인에서 완승을 거두었고, 전투에서도 항상 유리한 포지션을 점했다. 캡스는 아지르로 분투했으나 팀의 전체적인 라인전 붕괴와 한타 이니시 부족으로 인해 이렇다 할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TES는 30분이 채 되지 않아 에이스를 연이어 기록하며 경기를 끝냈고, G2는 LEC의 1라운드 전패라는 불명예를 안기게 되었다. TES는 이번 경기에서 가장 체계적인 운영과 완벽한 라인전 승리를 보여준 팀 중 하나였다.
4. GEN vs PSG – 방심 없는 젠지, 압도적인 루시안 쇼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는 LCK 1시드 젠지와 PCS의 PSG가 격돌했다. 객관적인 전력 차이상 젠지의 압승이 예상됐고, 실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반엔 PSG가 킬 스코어를 앞서며 분전했지만, 전반적인 운영에서 젠지에게 완전히 말렸다. 루시안을 든 룰러는 초중반 교전에서 킬을 집중적으로 먹으며 급격하게 과성장했고, 조합 상 브라움-루시안의 바텀은 PSG의 시비르-렐을 상대로 완벽한 우위를 점했다. 쵸비의 갈리오도 맵 전역에 개입하며 전투마다 우위를 만들어냈고, 운영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PSG는 전투나 오브젝트 모두에서 후위를 면치 못했고, 결국 27분 만에 젠지가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 경기로 젠지는 이번 대회 최단 시간 승리 기록을 세우며 강력한 우승 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2025 롤드컵 스위스 스테이지 1라운드 후반부는 예상과 현실이 크게 벗어나지 않은 양상으로 마무리됐다. T1, TES, 젠지는 각기 다른 스타일로 상대를 완전히 압도하며 승리를 거뒀고, AL은 이변을 만들어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반면 FLY, HLE, G2, PSG는 밴픽과 팀합, 운영 모두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패배했다. 특히 FLY와 HLE는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였기에 더 큰 아쉬움을 자아낸다. 2라운드에 접어들며 각 팀들이 어떻게 반등하고, 누가 조기 탈락의 수렁으로 빠질지가 관건이다. 이제 진짜 월즈의 무대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