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머리를 비우고 뭘 또 해야 할지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상태. 하지만 막상 진짜로 아무 생각도 할 필요가 없는 시간이 생기면 사람은 그것에 대해 불안해한다.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걸까? 다른 어떤 것을 또 해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그런 시간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쉬면서도 다음을 고민하고 정리하며 평가하려 한다. 이 글은 왜 우리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버거워하는지, 그리고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 왜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글이다.
생각은 언제부터 멈추면 안 되는 것이 되었을까
생각은 인간만의 능력이다. 문제 해결과 계획 성립, 미래에 대한 대비. 인간은 이 능력으로 지구를 지배해왔다. 하지만 이 능력이 24시간 항상 필요하지는 않다. 문제는 우리가 생각을 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는 익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에는 매우 익숙하나 생각을 하지 않는 것에는 불안해한다. 생각하지 않으면 뒤쳐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쉬는 시간에도 계속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는 몸만 휴식하지 머리와 마음이 휴식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몸이 가만히 있어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다.
생각이 많을수록 선택은 더 어려워진다
생각이 많으면 선택도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생각이 많으면 선택이 더 어려워진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이 그런 말이다. 선택지를 모두 신중히 검토하고 결과를 예측해 최적의 답을 찾으려고 하는 일이 계속해서 거듭된다면 머리가 과부화된다. 운동을 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그냥 안 하는 경우가 그런 예일 것이다. 운동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생각하다가 결국 아 안해 하고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일단 했다면 됐을 선택들이 그런 과한 생각들 때문에 실패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더 나은 판단과 생각이 아니라 일단 판단을 멈추고 하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는 시간은 감정을 회복시킨다
생각이 감정을 증폭시킨다. 같은 상황이라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면 감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불안이나 후회, 초조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더 그러하다.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시간은 이런 감정들의 거품이 가라앉는 기회를 준다. 이 감정들을 해석하거나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 감정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만으로도 가라앉는다. 그래서 생각 없이 몸을 움직이는 산책이나 스트레칭 등이 감정 회복 효과가 더 크다. 이 시간에는 성과나 의미 모두 필요 없다.
생각을 멈출 수 있을 때 자기 신뢰가 생긴다
그리고 생각을 덜 할 수록 자기 자신을 더 믿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사실이다. 모든 선택을 검증하려 들지 않을 때 비로소 내 본능적인 감각과 몸의 능력에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도 다음 날의 일상에 지장이 없다면 그 경험만으로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게 된다. 이런 신뢰는 자기 점검을 거듭하는 것 보다 오히려 더 단단하게 나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준다.
아무 생각 없는 시간은 게으름이 아니다
아무 생각도 없는 시간이 꼭 게으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게으름은 회피에 가깝지만 의도적으로 아무 생각이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내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것에 더 가깝다. 게으름은 해야 할 것들을 미뤄두는 것에 불과하지만 회복하는 것은 내일의 일상을 위한 준비이다. 이 둘은 확실히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보자. 오히려 삶의 회복이 더 빨라져서 생산성이 좋아진다.
생각을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실 생각을 멈추는 것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다. 당장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의 생각하지 않는 연습을 해보자. 아무 목적 없이 마냥 앞으로 걷기, 멍하니 창밖 보기, 음악 듣기 등등. 이런 작고 짧은 연습들이 쌓이고 쌓여서 머리를 비우는 연습이 된다.
생각하지 않아도 삶은 이어진다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은 생각을 내려놓는 순간들이다. 역설적이지만 사실이다. 운동이나 삶, 습관 모두 마찬가지이다. 모든 선택을 내가 머리로 이해하려 하거나 통제하려 하지 않아도 좋다. 오늘 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비운 채로 살 수 있다면 그 하루는 헛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회복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 시간들 덕분에 내일의 선택이 조금 더 가벼워질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시간은 삶의 공백이 아니다. 그 시간은, 삶이 다시 숨을 고르는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