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9일의 서울. 사람들은 평범한 주말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섰지만, 그날 밤은 국가 시스템의 공백이 어떤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날로 기록되었다. 개인적으로도 낯익은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거리에서 추억을 쌓았던 많은 이들이 일상을 잃었고, 수많은 생명이 희생됐다. 이러한 비극 앞에서, 게임이라는 매체는 무기력한 위로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 될 수 있다. 시뮬레이션 게임은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게 해준다. 현실의 문제를 단순화해 보여주면서도, 그 본질적인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오늘 이 글에서는 세 가지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시스템의 책임, 공간 운영의 원칙, 그리고 정치적 결정의 무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911 오퍼레이터》: 안전에는 적당히가 없다
《911 오퍼레이터》는 도시 내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경찰, 소방대, 구급대 인력을 관리하며 각종 사건에 대응해야 한다. 평소에는 사건별 우선순위를 따져 적절히 분배하면 되지만,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사태는 달라진다. 모든 자원이 이미 다른 현장에 투입된 상황에서 새로운 사고가 발생하면, 플레이어는 그저 손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게임 속에서라도 대응이 늦으면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곧 게임 오버로 이어진다. 이 게임은 말한다. 재난 상황은 수학 문제처럼 대응할 수 없으며, 애초에 과잉 대비가 필요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피할 수 없다.
2. 《롤러코스터 타이쿤》과 《파키텍트》: 동선 설계와 운영의 책임
공간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게임에서도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롤러코스터 타이쿤》에서는 최대한 많은 손님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는 곧 재난의 전조가 될 수 있다. 후속작 격인 《파키텍트》는 이 부분을 더욱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관람객의 동선과 직원의 동선을 분리하고, 휴게 공간과 물류 동선을 따로 설계하지 않으면 서비스 품질이 하락하고 운영이 불안정해진다. 공간과 동선의 설계는 단순한 미적 고려를 넘어,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다. 게임은 허용되지만, 현실은 다르다. 구획된 길, 통제되지 않은 군중, 부족한 출입로. 이 모든 것이 사고를 부른다.
3. 《데모크라시 4》: 모든 결정은 정치다
《데모크라시 4》는 정치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대통령 혹은 총리가 되어 나라를 운영한다. 환경, 교육, 노동, 국방 등 모든 정책이 다양한 계층의 반응을 불러오고, 그에 따라 인기도가 요동친다. 이 게임은 명확히 보여준다. 모든 결정은 정치적이며, 그 책임은 국가에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정치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기본적인 책무다. 플레이어가 인기를 의식해 정책을 미루거나 대응을 늦추면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심지어 암살로 게임이 종료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게임 메커니즘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알려주는 설계다.
현실은 게임이 아니다, 그러나 게임은 현실을 말한다
시뮬레이션 게임은 종종 복잡한 사회 시스템을 가장 단순하면서도 날카롭게 보여준다. 《911 오퍼레이터》는 긴급 대응 시스템의 유한함을, 《파키텍트》는 공간과 운영의 중요성을, 《데모크라시 4》는 정치적 판단의 무게를 전달한다. 2022년 10월 29일의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스템의 부재와 국가 책임의 공백이 만들어낸 비극이었다. "누가, 언제,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피하고 싶은 감정이더라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저질스러운 자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게임 속에서는 선택과 결과가 명확하게 연결된다.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책임의 방향은 명확히 존재한다. 이제는 게임이 보여주는 그 원리를, 현실 사회에서 실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