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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강국 비전, 게임의 가치 왜 정치권은 외면하나

by 은하수 고양이 2025.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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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문화강국 비전과 게임의 부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밝힌 ‘문화강국 청사진’은 K-푸드, K-뷰티, K-팝, K-드라마, K-웹툰을 ‘소프트파워 BIG5’로 규정하고 전폭 지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매년 수십조 원의 수출을 기록하고, 수억 명의 글로벌 유저를 가진 K-게임은 목록에서 빠졌습니다. 단순한 실수로 보기에는 의문이 큽니다. 혹시 정치권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게임은 문화가 아닌 산업”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건 아닐까요. 더구나 이 후보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 판교의 게임 기업 매출이 전국의 30%를 차지했다며 게임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민주당 역시 게임특위를 발족해 ‘유저들에게 희망이 되는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도 문화 정책 비전에서 게임이 제외됐다는 사실은 업계와 유저 모두에게 아쉬움을 남깁니다.

게임의 문화적 가치와 글로벌 성과

게임은 단순 오락이 아니라 스토리, 음악, 미술, 캐릭터 디자인,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 플랫폼입니다. HBO <라스트 오브 어스>, 넷플릭스 <아케인>, <더 위쳐> 같은 성공 사례는 게임 기반 IP가 영상 산업에서도 막강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3년 한국 게임산업 수출액은 83억 9,400만 달러(약 10조 9천억 원)로, K-팝을 포함한 음악산업 전체보다도 높은 수치였습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이미 K-게임이 세계 문화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는 방증입니다.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스텔라 블레이드>, <데이브 더 다이버>, <블루아카이브>, <니케>, <라그나로크>, <P의 거짓> 등은 전 세계 팬층을 형성하며 글로벌 게임 문화의 일부가 됐습니다. 넥슨,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시프트업, 펄어비스 같은 대형사뿐 아니라 수많은 인디 및 중소 개발사들이 독창적인 작품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형사들도 글로벌 경쟁에서 쉽지 않은 도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 개발사들은 국가적 지원 없이는 생존조차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는 콘솔 게임 개발 지원 예산을 편성했지만, 그 규모가 155억 원에 불과해 게임 한두 편 만들기도 버겁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문화강국 비전에서 K-게임이 빠진 것은 업계의 현실을 더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치권의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2022년 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은 게임을 애니메이션, 뮤지컬과 함께 명확히 ‘문화예술’ 범주로 포함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게임을 ‘산업’ 또는 ‘중독’의 시각에서만 보는 경향이 남아 있습니다. 중국조차 과거에는 “게임은 정신의 아편”이라고 비난했지만, <오공> 출시 이후에는 게임을 문화적 자산으로 인정하며 글로벌 확산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뒤늦게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재평가한다면, 이미 늦은 셈일 수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페이스북 글에서도 K-푸드, K-뷰티, K-팝, K-드라마, K-웹툰의 세계 진출만 강조됐습니다. “콘텐츠 제작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 콘텐츠 유통까지 전 단계를 뒷받침하겠다”, “문화예술인에게 창작비와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은 분명 고무적이지만, 정작 K-게임을 빼놓은 건 정책적 균형을 잃은 부분입니다. 게임도 똑같이 창작자와 인재가 필요하고, 번역·마케팅·해외 진출을 지원받아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문화강국을 꿈꾼다면, K-게임을 당당히 ‘소프트파워 BIG5’를 넘어서는 글로벌 문화 자산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정치권은 더 이상 게임을 주변부에 두지 말고, 미래 세대를 위한 핵심 문화 콘텐츠로 육성하는 인식 전환을 보여줘야 합니다. K-게임은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입니다. 게임을 문화 비전에서 소외시키는 일이 반복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문화강국은 요원할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정치권이 인식을 바꾸고, 정책적 공백을 메워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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