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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삶을 통제하는 때와 망치는 때의 차이

by 은하수 고양이 202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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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삶을 통제하는 때와 망치는 때의 차이

운동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기록을 하게 된다. 오늘의 루틴은 어떤 것이고 몇 시간이나 했으며 몇 세트를 했고 내일은 무엇을 할 것인지. 처음에는 그 기록이 쌓일 수록 그 기록이 든든하다. 내가 어떤 운동을 얼마나 했고 어제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이 안심이 된다. 하지만 어느 때 부터는 그 기록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떄가 있다. 어제에 비해 발전이 없는 것 같고 그저께에 비해 세트 수가 줄었고 아예 쉬어서 기록이 없는 날에는 하루가 망가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글은 기록이 삶을 돕는 순간과 망치는 순간, 그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록은 중립적이지만, 해석은 그렇지 않다

기록은 가치 중립적이며 감정이 없다. 숫자는 숫자에 불과하고 운동의 이름은 이름에 불과하다. 문제는 우리가 그 기록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 같은 기록을 두고도 누군가는 오 많이 했다 라고 생각을 하지만 누군가는 뭐야 이거 밖에 안했네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같은 기록을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운동 기록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기록이 곧 성실함의 증거인 것 같기 때문이다. 기록이 잘 쌓이고 있으면 내가 잘 살 고 있는 것 같지만 기록이 없으면 포기한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부터 우리는 기록을 도구가 아니라 나에 대해 평가하는 관리자처럼 생각하게 된다.

기록이 목적이 되면 행동은 쉽게 왜곡된다

기록이 목적이 되어 우리 삶을 망가뜨리기 시작하는 지점은 아주 분명하다. 기록을 위해 행동을 바꾸기 시작할 때가 그 지점이다. 운동을 예로 들어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어떻게든 기록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운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오히려 컨디션이 좋은 날에도 괜히 과하게 운동해서 기록의 유지를 망칠 것 같아 하던 대로의 루틴만 반복할 때도 있다. 이 때 우리에게 운동은 몸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기록을 위한 노력으로 바뀐다. 운동의 본질이 변질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는 기록을 위해 운동을 하며 기록에 압박을 느끼는 상태가 된다. 하루라도 쉬면 기록의 연속이 깨지고 그 것은 우리에게 실패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쉬는 날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압박을 느껴 결국에는 번아웃이 온다. 기록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기준이 다르다. 그들은 기록을 목적으로 쓰지 않고 내 일상의 흐름을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목적이 아니라 도구로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록이 비어있는 날에도 기록이 생긴다. 휴식이 그것이다. 이 기록은 실패가 아니라 상태의 기록에 불과하다.

기록은 나를 통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도구여야 한다

기록은 자기 자신을 묶어 통제하는 용도가 아니다. 오히려 나의 리듬을 파악하고 어떨 때 잘 되고 어떨 때 안 되는지 분석하기 위한

용도이다. 운동 기록이 도움이 되는 순간은 기록을 보며 내가 내 루틴을 찾거나 발전하고 있다고 파악할 수 있을 때다. 숫자의 증감은 그 다음이다. 삶을 오래 유지하는 사람들은 기록을 목적이 아니라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필요할 때 참고하고 기록은 유지하되 그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며 휴식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다. 오늘의 기록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상관 없다. 기록은 성과표가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한 관찰 노트이다. 그리고 관찰은 언제나 판단보다 오래 남는다. 기록이 도구로 사용될 때 삶이 숨 쉴 공간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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