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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세울수록 삶이 피곤해지는 이유

by 은하수 고양이 2026.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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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세울수록 삶이 피곤해지는 이유

 

 

 

계획을 세우는 날은 왠지 마음이 놓인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정돈되어 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루가 정리되며 하루가 내 손에 의해 차근차근 진행된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상에 지장이 생길 때 우리는 계획을 점검한다. 계획은 불안을 해소하는 큰 역할을 하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한 부분도 있다. 계획이 가득한 날이 더 숨막히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세운 계획인데 그 계획표를 들여다보면서 숨이 턱 막힌다. 왜일까? 이 글은 바로 그 역설에 대한 이야기다. 왜 계획이 우리를 더 지치게 만드는지, 그리고 계획이 삶을 돕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계획은 왜 늘 좋은 것처럼 여겨질까

계획은 오랫 동안 좋은 것, 훌륭한 것으로 여겨졌다. 성실한 사람들은 계획적이며 계획을 잘 짜는 사람들이 책임감이 있고 미래에 잘 대비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반대로 즉흥적으로 계획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은 불안정하고 믿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있다. 우리는 이런 인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계획이 없는 삶은 힘들어지며 계획에 어긋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계획이 많을 수록 계획을 모두 지키지 못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계획은 안정이 아니라 통제에서 출발한다

계획은 통제 욕구에서 기인한다. 미래 예측, 불확실성의 감축, 지금의 선택을 궤도에 올려두고 싶다는 생각 등등. 이런 욕구 자체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 통제에 대한 욕구가 삶의 전체를 향할 때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운동 계획을 세울 때를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주 2-3회 정도로 시작한다. 하지만 운동에 익숙해지고 루틴이 흐름이 되면 기준이 생긴다. 그리고 루틴에 요일, 시간, 강도, 회복까지 모두 포함시키려 한다. 하지만 이 순간부터 계획은 감시로 변한다. 내가 계획한 대로 모든 것이 흘러가지 않으면 일이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삶을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통제하고 감시하려는 과정이 된다. 

 계획이 많아질수록 실패의 감각은 더 예민해진다

지킬 수 있는 계획이 많아진다는 것은 실패할 수 있는 계획도 많아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실패하는 계획이 많아질 수록 어긋났다는 감각도 더 크게 다가온다. 하나의 큰 계획이 있을 때는 그 계획에서 조금 벗어난다고 해도 별 위협이 느껴지지 않는다. 잠깐의 조정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획이 촘촘하게 세부화되어 있다면 작은 이탈도 실패처럼 느껴진다. 계획한 시간에서 30분 늦춰졌을 뿐인데 30분이 아니라 3시간처럼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부터 계획은 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긴장을 위한 것이 된다. 내 계획이 나를 압박하게 되는 것이다. 

계획 중심의 삶은 현재를 항상 부족하게 만든다

계획은 본질적으로 미래 지향적이다. 다음에 무엇을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구조에서는 현재의 상태가 늘 불완전하게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미래의 계획을 위한 중간 단계에 놓여 있을 뿐이고 만족은 항상 다음 단계에 있다. 그래서 계획은 지금의 나를 불완전한 것으로 느껴지게 한다. 운동을 하면서도 더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하루를 마감하면서도 아쉬운 평가가 남는다. 계획이 삶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게 되는 기준이 된다.

 계획이 많을수록 자기 신뢰는 줄어든다

계획을 많이 세울 수록 스스로에 대한 신뢰는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계획이 없을 때는 내 상황에 맞게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지만 계획이 있다면 그 게획에 내가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경우의 나에 대해 실망하기 때문이다. 이런 반복이 계속되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느끼게 된다. 계획 없이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계획이 없으면 오히려 더 불안정해진다. 나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시 계획에 매달린다. 악순환이 거듭되며 피로와 자괴감만 키운다.

 

오래 가는 사람들은 계획을 ‘느슨하게’ 쓴다

삶을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사람들은 계획을 느슨하게 쓴다.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방식이 조금 다른 것이다. 계획은 약속이 아니라 방향으로 여겨진다. 단순히 참고할 기준 정도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계획이 어긋나도 타격이 없다. 오늘 운동을 못 해도 내일 하면 된다. 이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다면 일정이 흔들려도 관계가 유지된다. 이 계획에 대한 느슨함은 삶을 궤도로 다시 올려놓는다. 

계획은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계획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계획이 삶을 주도할 때다. 계획이 삶의 기준이 되고 삶이 계획의 기준에 맞춰지게 된다면 내가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계획이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사람은 계획에 매달리다가 금방 지치게 된다. 운동이 삶에 가르쳐주는 태도가 이것이다. 계획은 방향에 불과하고 필요하다면 계획을 느슨하게 지키거나 안 지켜도 된다는 것. 계획이 삶을 피곤하게 만든다면 이 것은 계획의 잘못이 아니라 계획을 지키는 사람의 잘못이다. 조금 느슨하게 생각해도 좋다. 삶은 계획을 완벽하게 지킬 때가 아니라, 계획에서 벗어나도 다시 돌아올 수 있을 때 가장 오래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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