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연이은 보안 사고가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KT, SKT, 롯데카드에 이어 게임 업계도 예외일 수 없다. AI 기술의 발전이 해킹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는 가운데, 게임사들은 보안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보안 전문가와 게임 보안 업체의 목소리를 통해 현재 상황을 심층 분석해본다.
보안 위협, 기술은 진화했지만 수법은 여전하다
최근 게임 업계에서는 AI가 보안 위협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AI를 활용한 랜섬웨어 생성, 디도스 공격 자동화 등의 사례가 보고되며, 해킹의 ‘진입장벽’이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보안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국내 주요 게임사와 협업 중인 게임보안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AI가 공격에 활용되긴 하지만, 공격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정보보안학과 K 교수 역시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공격 기법이 등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접근성이 높아지며 해커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AI 도입이 가져올 변화는 ‘속도와 빈도’에 있다고 진단한다. 결국 보안 위협은 여전히 존재하며, 기술보다는 취약점을 노리는 반복적이고 집요한 방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현장의 의견이다.
AI 시대, 게임사의 대응과 보안 투자 현실
최근 몇 년간 게임 업계는 구조조정, 투자 축소 등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AI 기술의 도입으로 인력 수요 자체가 줄고, 효율화에 집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보안 부문 역시 비용 절감의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을까? 보안 업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형 게임사들은 여전히 보안에 적극적인 투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소형 게임사들의 경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더 저렴한 보안 솔루션을 찾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시기일수록 보안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멀티플랫폼 지원과 크로스플레이가 보편화되며, 하나의 게임 안에서 고려해야 할 보안 포인트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정보보안학과 교수는 “게임사는 보안에 대한 전통적인 강점이 있다. 계정 해킹, 봇, 작업장 등 직접적인 수익 구조와 연결되는 공격에 오랫동안 대응해 왔기 때문”이라며, 일반 기업보다 보안 인식이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주요 게임사들은 현재도 게임 보안, 클라우드 보안, 시스템 보안 등 분야의 채용을 유지하고 있으며, 암호화폐 등을 활용하는 게임사들은 오히려 보안 전문가 확보에 적극적이다.
유저 정보 보호,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
게임사는 단순히 게임만을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다. 사용자 계정 정보, 결제 정보, 로그인 이력 등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서비스 플랫폼이기도 하다. 그만큼 해킹이 성공할 경우 피해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통해 느끼는 재미와 몰입 뒤에는 보안 체계의 묵묵한 방어가 존재한다. 보안이 무너지면 게임 서비스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최근 SKT, KT, 롯데카드 등 대형 기업도 해킹 피해를 입은 만큼, 누구도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없는 시대다. 보안의 기본은 위기의식을 잃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 해킹은 대부분 평온할 때 찾아온다. 그리고 한 번의 침해가 곧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사들은 보안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 결국 지금과 같은 시기일수록 게임 업계는 보안 비용을 절감 대상이 아닌, 장기적인 생존 전략의 핵심 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AI의 발전과 디지털 공격의 고도화 속에서도 게임 업계의 보안 대응은 여전히 ‘기초 체력’과 ‘지속적인 관리’에 달려 있다. 수법은 익숙할지라도, 타이밍과 빈도는 더욱 예측 불가능해졌다. 게임 업계가 해킹 위협에서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지금이야말로 보안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할 때다. 유저의 신뢰는 단단한 보안 위에서만 쌓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