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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광고, 업계의 노쇠, 변화

by 은하수 고양이 2025.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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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광고의 4분면: 성공과 실패의 교차점

슈퍼바이브 광고

 

“슈바ㅋㅋㅋ”라는 문구가 당신의 눈길을 끌었는가? 넥슨의 MOBA 슈퍼바이브 광고 문구였던 이 멘트는 지하철역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노출됐지만, 기자에겐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맥락이 없었다. “슈바ㅋㅋㅋ”가 게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어떤 분위기인지 전혀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임 광고에서 성공적인 캐치프레이즈는 곧 게임의 이미지와 직결된다. 하지만 이 문구는 게임을 알리기보다는 밈 자체에 매몰되어 있었다. '슈바ㅋㅋㅋ'는 입에 감기는 유행어일 수 있지만, 그것이 게임의 정체성을 설명하지 못할 때는 오히려 소비자에게 혼란만 준다. 이는 곧 광고 효과의 한계로 이어진다. 게임 광고는 때때로 콘텐츠보다 더 화제를 모은다. 대표적인 예가 2018년 ‘스타로드’ 크리스 프랫이 등장했던 포트나이트 광고다. “포~린이들~”이라는 문구는 엄청난 밈으로 소비됐지만, 정작 게임 자체는 한국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반대로 성공적인 사례도 있다. 돌고래유괴단이 제작하고 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브롤스타즈 광고는 콘텐츠와 광고 모두 대성공을 거뒀다. 광고로 인지도는 물론 유저 유입까지 연결되며, 이후 스토브리그의 남궁민, 두산베어스 어린이날 이벤트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게임 광고를 다음과 같은 4분면으로 정리할 수 있다:

  • ⓐ 게임도 성공, 광고도 성공 (Best) – 브롤스타즈
  • ⓑ 광고 없이 게임만 성공 – 입소문, 브랜드 충성도
  • ⓒ 광고는 성공했지만 게임은 실패 – 그랑사가의 ‘연극의 왕’
  • ⓓ 광고도 실패, 게임도 실패 (Worst)

결국, 광고는 게임을 흥하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도구지만, 광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메시지와 콘텐츠가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면 ‘슈바ㅋㅋㅋ’ 같은 광고는 짧은 유행에 그치고 만다.

 

업계의 노쇠

기자는 최근 여러 게임들을 하며 반복적으로 느낀다. “감각이 늙었다.” 엔씨소프트의 호연은 ‘놀 줄 아는 놈인가’, ‘차가운 도시 남자’ 같은 10년도 더 된 밈을 컷신 대사로 활용했다. 밈의 주기가 한 달 단위로 변화하는 지금, 2010년대 밈은 이미 고전이 되어버렸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개발진의 감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세대 차이에서 비롯된다. 2025년 현재 한국 주요 게임사 대표 평균 연령은 52.4세. 10년 전보다 10살 이상 높아졌다. 게임 업계의 의사결정자들이 고령화되며 트렌드 반영 속도 역시 느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의 둔화는 단순히 밈의 문제를 넘어서, 게임의 세계관, 대사, UI, 캐릭터 설계 등 게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Z세대는 이미 유튜브, 틱톡, 로블록스를 통해 무한 창작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2008년 웹툰' 밈은 진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변화  - 변화가 필요한 시점, ‘함께 늙든가, 젊은 감각에 권한을 주든가’

광고는 광고일 뿐이다. 결국 중요한 건 게임의 알맹이다. 게임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이고, 유입이 생명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 게임 업계는 '젊은 유저의 눈높이'에 맞추기보다, 과거 성공 공식을 되풀이하는 데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기자는 고민한다. 50대 CEO가 대부분인 게임 업계는 Z세대에게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연령은 문제가 아니다. 다만, 젊은 감각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길은 두 가지다. 함께 어깨 걸고 늙든가, 아니면 젊은 피에게 파격적인 권한을 주고 한 발 물러나든가. 게임 산업은 콘텐츠 산업이다. 콘텐츠 산업은 흐름이 전부다. 이 흐름에서 뒤처지는 순간,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과 과거의 영광도 무용지물이 된다. 광고 문구 하나, 밈 하나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업계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거울일지도 모른다. “슈바ㅋㅋㅋ”가 유감인 이유는 단순한 어휘 때문이 아니라, 지금 게임 업계가 유쾌함도, 공감도, 타이밍도 모두 놓치고 있다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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