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게임 격차, 따라잡을 용기와 기다림

by 은하수 고양이 2025. 9. 27.
반응형

검은 신화 오공

중국 게임의 부상, 우리나라 게임과의 격차

“1년에 게임을 하나만 살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를까?”라는 질문은 게이머라면 누구나 곱씹어본 적 있을 것이다. 최근 기자의 지인은 이런 질문을 던지며 추천을 부탁했다. 여유로운 경제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집중을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상황에서 단 하나의 타이틀을 고른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검은 신화: 오공>, <메타포: 리판타지오>, <스텔라 블레이드>, <젤다의 전설: 지혜의 투영> 같은 대작들이 게이머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기자의 시선을 가장 크게 빼앗은 건 의외로 PC·콘솔이 아닌 모바일 게임들이었다. <명조>, <젠레스 존 제로>, <소녀전선 2: 망명>, <엑스 아스트리스> 등 중국 개발사들의 작품은 “이걸 모바일에서 구현했다고?” 하는 감탄을 불러왔다. 단순히 그래픽의 화려함이 아니라, 과감한 투자와 자신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실제로 중국산 게임들은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압도적인 자원을 투입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이는 한국 게이머들뿐 아니라 글로벌 이용자들에게도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거대한 격차는 이미 벌어졌고, 단기간에 따라잡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자신감과 용기, AAA와 인디 사이의 도전

한 국내 대표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밀어붙일 용기가 없어서 격차가 생긴다”고 토로했다. 중국 개발사들이 마케팅과 개발에 수백억 원을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무모함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과 확신에서 비롯된 용기였다. <발더스 게이트 3>, <검은 신화: 오공> 같은 대작들이 등장하기까지도 비슷한 과정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도전은 이어지고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 <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가 보여준 성과는 국산 게임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 <인조이>, <카잔>, <붉은 사막> 같은 차세대 프로젝트들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AAA 게임은 규모와 자본이 크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참신한 시도를 피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소중한 건 인디와 중소 개발사의 도전 정신이다. 자본이 부족한 대신 창의성과 기민함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인디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 업계 불황은 인디마저도 과감한 실험을 줄이고 ‘어디서 본 듯한’ 게임으로 머무르게 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귀한 것이 참신한 시도이며, 게이머들의 지지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시간값과 돈값, 그리고 기다림의 의미

게임 하나의 가격은 이제 가볍지 않다. 최근 출시된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의 가격은 일반판이 79,990원, 프리미엄 에디션은 11만 원을 훌쩍 넘겼다. AAA급 게임 두세 개만 구매해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플레이타임은 수십 시간에서 100시간을 넘어가며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큰 장벽이 된다. 반대로 인디 게임은 더 짧고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발라트로>처럼 1인 개발작이 GOTY 후보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참신한 발상과 몰입도 높은 플레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해 초 <팰월드>와 <헬다이버즈 2>가 보여준 성과 또한 체급을 넘어선 저력이었다. 결국 게이머의 선택은 가격과 시간 대비 얼마나 만족감을 주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냉혹한 비교만으로는 시장이 건강해질 수 없다. AAA 게임은 도전의 상징이고, 인디는 다양성의 토대다. 둘 다 살아남기 위해선 게이머들의 기다림과 응원이 필요하다. 업계 종사자들은 “지금은 과도기의 시기”라고 말한다. 기자 역시 동의한다. 지금은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목과 도전을 응원해야 할 때다. “올해 단 하나의 게임만 고른다면 무엇을 할까?” 이 질문은 단순히 개인의 소비 습관을 넘어, 현재 게임 시장이 직면한 현실과 가능성을 동시에 비춘다. AAA 게임은 막대한 자본과 규모로 압도하지만, 동시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속에 안전한 선택만을 택하고 있다. 인디 게임은 참신한 시도로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시장 한파 속에서 빛나기 위해 더 많은 지지가 필요하다. 기자는 결국 이 질문의 답이 “게이머 자신이 무엇을 기대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화려한 그래픽과 방대한 콘텐츠를 원하는가, 아니면 짧지만 독창적이고 신선한 경험을 원하는가. 어느 쪽이든 중요한 건 “시간값과 돈값을 제대로 해내는가”이다. 2024년은 격차와 도전, 그리고 기다림의 해였다. 다가올 2025년, 더 많은 국산 AAA와 인디 작품이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때 다시, “올해 단 하나의 게임을 고른다면?” 이 질문에 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