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하나의 가격이 10만 원을 넘기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미 일부 게임은 이 심리적 마지노선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실제로 누군가 그 문을 열게 될지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그 ‘누가’, ‘언제’가 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AAA급 게임 개발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인플레이션 압박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게이머들의 저항과 구독 서비스의 성장이라는 복잡한 변수들이 맞물리며, 업계는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다.
게임 가격 10만원 - 메가 히트작도 조심스러운 가격 인상
2024년, 게임 가격 10만 원 시대를 가장 먼저 예고한 것은 닌텐도였다. 닌텐도는 차세대 콘솔 스위치 2의 런칭 타이틀 <마리오 카트 월드>를 79.99달러, 국내 기준 98,000원으로 책정하며 처음으로 '70달러(국내 79,800원)'라는 풀 프라이스 관행을 깼다. 이에 대해 닌텐도 아메리카의 빌 트리넨 부사장은 “게임 가격은 30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왔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라며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실제로 1993년 <동키콩 컨트리>의 가격이 59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30년간의 상승폭은 매우 완만한 편이었다. 그러나 닌텐도의 전례에도 불구하고 다른 글로벌 퍼블리셔들의 가격 인상 시도는 순조롭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우터 월드 2>의 초기 가격을 80달러로 제안했다가 팬들의 반발에 부딪혀 70달러로 다시 낮췄고, 2K 역시 <보더랜드 4>의 가격을 80달러에서 70달러로 조정했다. EA는 가격 인상 계획을 아예 부정했다. 게임 가격을 둘러싼 논란은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AAA 게임이라 해도, 유저들은 '값어치 있는 콘텐츠'를 제공받는다고 느끼지 못하면 고가에 대한 반발이 더 크다. 팬심만으로는 10만 원 장벽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구독 서비스 - 구독 서비스와 ‘가성비 게임’의 역습
시장조사 기관 앰피어 애널리시스의 게임 산업 분석가 루이스 울드리지는 “지금은 가격을 인상하기에 최악의 시기”라고 평가했다. 게이머들의 구매력 자체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게이머 1인당 연간 소비액은 전년 대비 뚜렷하게 줄었다”며, 최근 몇 달간 급성장한 인디·AA급 게임의 흥행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6월 출시된 <피크>는 단기간에 500만 장을 돌파했고, 4월 출시된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도 330만 장 이상 팔리며 대성공을 거뒀다. 두 게임 모두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성비'와 입소문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구독형 게임 서비스의 대중화 역시 게임 가격 인상에 큰 제동을 걸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게임 패스’는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수십 종의 게임을 무제한 플레이할 수 있는 구조로, 소비자 입장에서 개별 게임 하나에 10만 원을 지불할 이유를 약화시킨다. 울드리지는 “구독 서비스는 프리미엄 게임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구조”라며, “이 상태에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소비자 이탈을 자초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즉, 단순한 가격 인상보다는 유저 경험의 차별화나 콘텐츠 볼륨을 통해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GTA6 - 기준선을 만들까?
게임 업계가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 후보는 단연 다. 락스타 게임즈의 차기작 는 2025년 5월 출시 예정이며, 단일 타이틀로는 역대 최고 개발비가 투입된 게임으로 평가된다. 여러 예측에 따르면, 의 출시가는 80달러에서 많게는 100달러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울드리지 분석가는 “는 어떤 가격이라도 수백만 장의 판매를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타이틀”이라며, “이 게임이 10만 원 이상의 시대를 여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는 전 세계에서 1억 8,500만 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시리즈의 브랜드 파워를 입증한 바 있다. <레드 데드 리뎀션 2>를 포함해 락스타 게임즈는 대형 게임의 제작·연출·디테일 측면에서 업계를 선도해왔으며, 소비자 역시 이들 게임에 대해 ‘프리미엄’의 가치를 인정해왔다. 이는 메가 히트작이 가격 인상에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다. 이처럼 가 얼마에 출시되는지, 유저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향후 수년간 글로벌 게임 업계의 가격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신작 하나가 비싸게 출시됐다’는 문제가 아닌, 향후 기준선을 형성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2024년은 아직 게임 가격 10만 원 시대의 완전한 개막을 허락하지 않았다. 경기 침체, 구독 서비스, 유저 저항이라는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의 압력은 여전하다. 개발비 상승, 인건비 증가, 글로벌 유통망 확장 등 게임 제작의 모든 요소는 가격 인상을 유도하고 있다. 결국 변수는 하나, “과연 유저가 10만 원을 낼 만큼의 이유가 있는가?”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시험대는 가 될 것이다. 이 게임이 어떤 가격으로 나오든, 성공 여부는 그 이후 게임 산업의 가격 체계를 바꿔놓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10만 원의 게임’이 흔해질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닌 새로운 가치 판단의 시작임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