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게임전쟁
《게임 전쟁》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를 중심으로 지난 수십 년간 벌어진 콘솔 전쟁의 실제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Wii 등의 콘솔이 어떻게 탄생했고, 왜 어떤 기업은 승승장구했고, 어떤 기업은 몰락했는지를 긴 호흡의 취재와 인터뷰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30년 경력의 게임 전문 저널리스트 스티븐 켄트가 쓴 이 책은 단순한 게임 기업 열전이 아니라, 게임 산업의 굴곡진 성장을 통찰하는 살아 있는 산업사(史)다.
1. 콘솔 - 어떻게 산업을 바꾸었는가
《게임 전쟁》은 ‘소니 vs 마이크로소프트 vs 닌텐도’라는 콘솔 삼국지에서 시작된다. 닌텐도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MS가 엑스박스를 내놓고, 소니가 PS2로 시장을 평정하는 이야기, 그리고 Wii라는 반전의 승부수까지 이 책은 주요 콘솔기의 탄생 비화를 흡입력 있게 서술한다. 예를 들어 PS2의 발매 당시 일본에서 벌어진 ‘조용한 폭동’은 흥미로운 문화적 장면을 포착한다. 사람들은 새벽부터 줄을 서고, 단 몇 시간 만에 전량 매진되며 거리는 텅 빈다. 마치 한 시대를 바꾸는 ‘기계’의 등장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또한, <헤일로>를 통해 번지를 인수한 MS의 판단, 게임을 넘어서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한 Wii의 전략, 그리고 ‘실패했지만 도전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기억해야 할 세가와 노키아의 이야기까지 담긴 이 책은 콘솔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
2. 게임산업 - 누가 게임 산업을 만들었는가
《게임 전쟁》은 단순히 제품 중심이 아니라, 인물 중심으로 게임 산업을 조명한다. 닌텐도의 아라카와 미노루, 마이크로소프트의 로비 바흐, 테크모의 이타가키, 게임과 예술의 관계를 논한 평론가 로저 이버트 등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증언과 선택이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예를 들어, 닌텐도 북미 지사의 대표로 등장한 ‘황소 같은 존재’ 레지 피서메이의 캐릭터 묘사는 기업 전략이 어떻게 인물의 성격과 연계되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조용한 이타가키와 약속한 다키마쿠라(캐릭터 베개) 논쟁도 이 책을 읽는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다. 인물 중심의 서사는 독자로 하여금 게임 산업이 단지 기술과 마케팅이 아닌, 사람의 선택과 철학으로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3. 예술 -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
게임은 예술일까? 아니면 단지 상업적인 오락일까?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 《게임 전쟁》은 로저 이버트와 게임 제작자들의 논쟁을 통해 고민을 던진다. “비디오 게임은 절대 예술이 될 수 없다”는 이버트의 발언은 하나의 이슈가 되고, 개발자들은 이에 반박한다.
이 논쟁은 단지 말싸움이 아니다. 게임이 앞으로 어떤 산업과 문화를 창조해낼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 제시다. 콘솔 하드웨어 경쟁을 넘어서, 콘텐츠의 다양성과 깊이를 향한 성장 과정으로 이어진다. 책 후반부는 콘솔 전쟁을 넘어서 게임과 영화, 블록버스터 콘텐츠의 교차 지점까지 탐색하며 게임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문화적 고민을 확장한다. 《게임 전쟁》은 콘솔 하드웨어의 경쟁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넘어서, 게임 산업의 생생한 성장 드라마를 보여준다. 게임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콘텐츠 산업, 브랜드 전략, 그리고 문화로서의 게임에 대해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게임을 둘러싼 싸움이 곧 산업을 키워낸 성장통이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