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컴 2025 독일 쾰른, 1568개 게임사 참여
2025년 게임스컴이 독일 쾰른에서 35만 7천 명의 방문객과 1,568개 게임사의 참여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전 세계 게임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자리에서 한국 게임사들의 활약은 눈에 띄었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크래프톤의 인조이와 블라인드스팟, 엔씨소프트의 신더시티 등은 글로벌 유저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무게감 있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붉은사막은 출시 연기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높은 관심을 모았다. 시연 부스에는 긴 줄이 형성되었고, 작년에 붉은사막 티셔츠를 받았던 팬들이 다시 방문해 게임에 대한 충성도를 드러냈다. 크래프톤 역시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웠고, 배틀그라운드와의 차별성, 신규 타이틀의 참신함을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인조이와 블라인드스팟은 실시간 플레이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직관적인 재미를 제공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엔씨소프트의 신더시티는 LLL 시절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완성도와 콘셉트로 호평을 받았다. 현장에서는 슈팅과 SF 장르의 결합이 잘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았고,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방향성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넷마블 역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과 프로젝트 블룸워커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작 라인업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아쉬움 - 익숙함 속에 가려진 신선함의 부재
그러나 축제 분위기와 달리, 현장을 찾은 많은 게이머와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신선한 충격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부분의 출품작이 기존 IP를 기반으로 한 속편 또는 리마스터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바이오하자드 레퀴엠,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7, 소닉 레이싱, 귀무자: 웨이 오브 더 소드, 아노 177: 팍스 로마나 등 화제작들은 그 자체로는 대단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지는 못했다. 게이머들의 관심이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나 실크송 등으로 집중된 것도 이러한 현상의 반증이다. 이들 역시 완전한 신작이라기보다는 이미 여러 차례 정보가 공개된 타이틀이었다. 완전히 처음 선보인 작품은 프래그마타, 듀엣 나이트 어비스, 이환 등 소수에 불과했고, 이들조차도 앞서 다양한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긍정 - 인디게임의 약진과 공동관 운영의 그림자
국산 인디게임들의 활약은 긍정적이었다. 모노웨이브는 게임스컴 어워드 임팩트 부문에 후보로 올라 글로벌에서 주목을 받았고, 미드나잇 워커스, 솔라테리아, 백룸 컴퍼니 등도 서구권 유저들의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한국공동관의 운영 방식은 뒷말을 남겼다. 특히 등급 분류 조건을 일괄 적용한 탓에 협동 게임임에도 좁은 공간에서 시연해야 했고, 일부 부스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구석에 배치되어 충분한 홍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B2B 공간은 반대로 과도하게 넓은 공간을 배정해 공간 활용의 비효율성 문제가 지적됐다. 인디 게임 개발사들이 적잖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참가한 만큼, 보다 세심한 배려와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위기 - IP 의존의 딜레마와 창의성 위기
이번 게임스컴은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다. 게임 개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존 IP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게이머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게임사들이 시리즈물, 리마스터, 리부트에 몰두할수록 새로운 창작과 실험은 점점 자리를 잃는다. 이번 행사에서 많은 게이머들이 자신이 이미 좋아하던 게임의 부스를 찾고, 굿즈를 구매하며 팬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열기는 곧 신선함이 아닌 익숙함에 기반한 것이었고, 이 점이 씁쓸한 인상을 남겼다. 창의성과 실험이 중심이 되지 않는 대형 게임쇼가 반복된다면, 결국 산업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기대 - 디지털 성장과 새로운 기대
한 가지 고무적인 점은 게임스컴의 디지털 도달 범위가 크게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ONL(오프닝 나이트 라이브)은 7,200만 뷰를 기록해 전년 대비 80% 이상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이는 전 세계 게이머들이 여전히 새로운 게임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이제 게임스컴은 단순한 홍보 무대를 넘어서, 업계 전체가 게이머들의 기대에 진지하게 응답해야 할 무대가 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익숙함이 아닌, 실험과 창작의 향연이 펼쳐지는 진짜 축제가 되기 위해, 글로벌 게임사들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