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게임머니 환전을 금지한 현행 게임산업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는 게임으로 돈을 버는 P2E 모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판결로, 국내 게임사들의 향후 사업 전략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번 판결의 내용과 그 의미, 그리고 P2E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을 정리한다.
게임머니 환전 금지, 헌재의 판단은
2022년 2월 28일, 헌법재판소는 게임산업법 제32조 1항 7호에 대해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게임을 통해 얻은 결과물(게임머니 포함)을 환전하거나 환전 알선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해 헌재는 “게임 유통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높고, 게임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라고 판시했다. 실제로 작업장 운영 및 현금 환전 서비스 제공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개인들이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헌재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게임에서 얻은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구조는 다시금 위법이라는 판단이 내려졌고, 이는 P2E 게임 모델의 국내 적용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
P2E 게임, 법의 벽에 다시 막히다
게임을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인 P2E(Play To Earn)는 2022년 국내외 게임 산업에서 주목받는 키워드였다. 하지만 이번 헌재의 결정은 이러한 모델이 한국에서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헌재는 게임 재화를 환전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게임 유통질서를 해칠 수 있으며, 건전한 게임문화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게임업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체부 황희 장관은 규제 개선을 시사한 반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위험 요소가 많다고 선을 그었다.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게임 재화가 현실 경제와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행 법은 이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도 일반 이용자 중 약 60%가 P2E에 부정적이었으며, 게임 개발자들도 대다수는 NFT와 P2E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법은 게임산업의 미래를 따라가고 있는가
P2E 게임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될 경우, 단순히 게임산업법만이 아니라 특금법(특정 금융정보법), 가상자산사업자 등록 등의 절차도 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P2E 프로젝트들이 국내가 아닌 싱가포르 등 해외에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0년 대법원은 <리니지> 게임머니 거래를 무죄로 판결했지만, 2013년 시행령을 통해 사업 목적의 아이템 거래는 전면 금지되었다. 현재 대다수 MMORPG 약관에서도 현금거래는 금지 조항으로 명시되어 있다. 헌재의 이번 합헌 결정은 그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게이브 뉴웰과 시드 마이어 등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들도 NFT와 P2E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결국 법과 제도는 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게임과 금융의 경계가 무너지는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준이 절실하다. 지금은 단순히 법적 허용 여부를 넘어, 게임이란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지를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은 국내 P2E 산업에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단순히 규제냐 허용이냐의 논쟁을 넘어, 게임 산업이 어떤 가치와 구조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시작되었다. 게임을 노동이 아닌 놀이로 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경제 시스템으로 수용할 것인지. 답은 빠르게 변하는 기술보다 더디게 움직이는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다.